지금까지 파주시 보호수 53그루 중 11그루를 소개했다. 보호수 1호, 27호 42호 은행나무와 22호, 24호, 26호 38호, 40호 느티나무, 23호, 41호 향나무, 2호 은행나무가 그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보호수는 탄현면 금승리 은행나무(경기-파주-11)와 축현리 회화나무(경기-파주-16)이다. 입동이 지난 11월 9일 오후에 노랗게 매달려 있을 은행잎과 빨갛게 단풍이 들었을 회화나무를 기대하고 찾아갔다. 그런데 벌써 두 보호수는 잎들을 모두 떨어뜨리고 온몸을 온전히 내보이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어봉골의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할 당시 수령을 약 530년으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수령이 대략 570년 정도이다. 당시 높이는 40m, 둘레는 4.2m였으니, 키도 크고 둘레도 더 넓어졌으리라.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는 마을은 ‘어봉골’이라고도 한다. 방촌 황희 정승의 묘소가 바로 가까이에 있다. 문종이 방촌 선생의 장례식에 친히 내려와 조문하였다고 한다. 이때 묘 앞의 산봉우리를 가리키시며 정표로 ‘어봉’으로 부르도록 명한 뒤, 이 나무를 하사하였다고 한다.

문종 임금이 황희 정승에게 하사한 은행나무. 초겨울이라 잎이 다 졌다.

문종 임금이 황희 정승에게 하사한 은행나무. 초겨울이라 잎이 다 졌다.

보호수 지정 표지판

보호수 지정 표지판

나무 아래 한가득 떨어진 은행잎을 보며 풍성하고 멋있었을 은행나무를 상상해본다.

나무 아래 한가득 떨어진 은행잎을 보며 풍성하고 멋있었을 은행나무를 상상해본다.

파주시 보호수 중 회화나무는 단 세 그루이다. 교하 동패동과 오도동 그리고 이번에 찾아간 축현리 회화나무이다. 회화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예로부터 잡귀를 쫓아낸다 하여 집 앞이나 마을 입구에 심었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쭉쭉 뻗는 형상이 학자의 기개를 닮아 ‘학자수’라고도 한다.

이번에 찾아간 축현리 회화나무는 전주 이씨 일가가 마을에 이주하여 느티나무와 함께 심었다고 한다. 겨울에는 추운 바람을 막아 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여겨 심은 나무라고 한다.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했다. 회회나무는 주변 느티나무들과 달리 Y자형이었다.

회화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할 당시 수령을 약 200년으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대략 240년 정도이다. 당시 높이는 25m, 둘레는 1.6m였으니, 이 역시 키도 크고 몸 둘레도 넓어졌을 터이다.

전주 이씨 일가가 마을에 이주하며 심었다는 회화나무

전주 이씨 일가가 마을에 이주하며 심었다는 회화나무

회화나무 보호수 지정 표지판

보호수 지정 표지판

잎을 다 떨어뜨린 겨울나무를 보노라니 “솔직함도 재능이다”고 한 박연준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이파리를 모두 벗어 버린 채, 저토록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나무들이 인간에게 솔직하고 당당해지라고 말을 건네고 있는 듯하다. 생명의 순환을 품고 있는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며 벌써 다음 봄을 기대하고 있다.

<보호수 찾아가는 길>
보호수 11호 은행나무 위치 : 탄현면 금승리 79-7
보호수 16호 회화나무 위치 : 탄현면 축현1리 115-13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