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열풍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파주시도 예외는 아니다. 공원 산책길 같은 곳에서 어싱족(earthing 族)이란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라는데, 파주에서 어싱족이 몰리는 곳으로는 심학산 둘레길과 운정호수공원 우듬지탐방로가 대표적이다. 운동 시간으로만 따져서 2~3시간 정도라면 ‘심학산 둘레길’을, 1~2시간 정도라면 ‘운정호수공원 우듬지탐방로’를 추천한다.

심학산 둘레길

심학산 정상정자

한강이 임진강을 정면으로 받아 안고 어우러지며 강화만으로 흘러가는 교하

심학산 둘레길 가운데 가장 만만한 진입로는 약천사 쪽이다. 심학산은 둘레길이 잘 정비된 데다 샛길도 잘 뚫려 있어 어디서 시작하든 어디서 끝을 내든 선택지가 다양한 게 장점이다. 약천사 → 산머루가든 교차로 → 교하배수지 → 솔향기쉼터 → 낙조전망대 → 배밭정자 → 수투바위 → 약천사로 회귀하는 6.8km 둘레길을 완주하는 데는 2시간쯤 소요된다. 약천사에서 능선으로 올라가 곧장 정상으로 치닫는다면 20분 남짓이면 정상정자까지 올라갈 수 있다. 힘들어도 조금 참아내면 정자에 올라서서 한강이 임진강을 정면으로 받아 안고 어우러지며 강화만으로 흘러가는, 교하의 장관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심학산둘레길에서는 맨발족과 신발족이 반반쯤이다. 코스가 긴 데다가 아직은 잘 다듬어진 길이 아닌 탓에 만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운정호수공원 우듬지탐방로 안내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조류나 곤충의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숲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입니다.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나무 위쪽을 눈높이로 바라보며 걸어보세요. 우듬지란?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를 가리키는 말.’

교육용으로 능선 위에 설치해 놓은 해발 50m, 길이 100m의 탐방로인데, 언제부터인가 탐방로보다는 그 아랫길이 붐비게 되었다. 이곳은 운정호수공원 주차장이 널찍해서 접근성이 좋은 건 물론이고, 맨발걷기를 끝낸 다음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게 매력이다. 주말에는 하루 5백 명 이상, 평일에도 3백 명 내외가 줄지어 걷는다. 가끔 엄마 손을 잡고 아장대는 어린이도 있고, 빗자루로 돌멩이나 굵은 모래를 쓸면서 걷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우듬지탐방로로 이어지는 길도 여러 갈래이거니와 곳곳에 샛길이 나 있어서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을 내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시민들 대부분이 수도가 있는 출발점에서부터 A지점 → B지점 → C지점 → A지점으로 회귀하는 둘레길을 4~8바퀴씩 도는 게 이곳의 풍속이다. A지점에서 A지점까지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은 8~10분, 거리는 900보 내외이니 자신에게 알맞은 횟수를 선택하면 된다.


우듬지탐방로에서는 까치와 청설모를 자주 만나게 된다.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물들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만든다.

맨발걷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발바닥이 따갑고, 화끈거리고, 아파서 조심조심 걷게 마련이지만, 1개월쯤 지나면 일부러 모래와 나무뿌리를 골라 디뎌가며 발바닥의 이곳저곳을 자극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맨발걷기의 효과를 제대로 보게 될 듯싶다.

발바닥의 혈자리

어깨가 닿을 듯 붐비는 탐방로

맨발걷기의 효과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혈압이 안정된다, 근육량이 늘어나 관절이 튼튼해진다, 체온이 상승하여 활력을 증진한다,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통증이 줄어든다, 균형감각이 향상된다. 이야기하다 보면 만병통치약이 돼버린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더니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어느새 눈앞이 환해졌네요. 우듬지탐방로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허리 통증이 완화됐다든지, 당뇨를 고쳤다든지, 혈압이 정상이 되었다든지, 불면증이 나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굳이 마주 서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냥 오가면서 나누는 대화가 저절로 귓속으로 쏙쏙 파고든다.
맨발로 진흙을 밟을 때 발가락 사이로 감기는 진득하고 포근한 감각도 일품이다. 비가 오는 날이나 다음날이면, 도자기를 빚기 위해 찰흙을 밟듯이 진흙을 짓이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흙과 피부를 맞비비는 감촉을 통해 근육과 신체가 이완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기억력 증진, 학습능력 향상, 에너지 충전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어떤 사람은 맨발 걷기 효능을 조금 더 높이려면 까치발로 걸으라고 말한다. 까치발로 걸으면 몸무게가 발끝으로 쏠리면서 뇌, 눈, 코, 입 등의 머리부위와 연결된 발끝이 더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염, 이명, 두통, 불면증 치유 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불면증 치유에 효과를 본 사람이 많다고 한다.

까치

청설모

맨발걷기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도 있다. 돌조각이나 유리조각 등 위험물을 피해야 하고, 발을 질질 끌지 말고 또박또박 걸어야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가을이 깊어 가는 이때가 건강을 챙길 기회다. 가벼운 마음으로 운정호수공원 우듬지탐방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취재: 파주알리미 강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