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보광사 유물 중 가장 오래된 숭정칠년명동종(경기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58호)이 국가지정 보물로 승격된다는 발표가 6월 27일에 나왔다. 1634년(인조 12년)에 제작된 높이 98.5cm, 무게 3백 근의 이 동종에는, 제작과정에서부터 보광사의 이력에 이르기까지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보광사는 남북국시대에 도선국사가 나라의 비보사찰로 창건했으며,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탔고, 훗날 설미스님과 덕인스님이 중창했다’는 사실이 두루 밝혀지게 되었으니,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파주의 보물은 공효공박중손묘장명등, 용미리마애이불입상, 신구법천문도, 정약용필적하피첩, 경진년대통력 등 5점이었는데 거기에 숭정칠년명동종을 더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지닌 파주 보광사를 자세히 둘러보기로 한다.

해탈문

해탈문은 보광사의 일주문이다. 완만한 비탈길에 살짝 빗겨 선 모습이 여차하면 박차고 날아오를 듯 날렵하다. 단청이 고운 그곳에 속세를 벗어놓고 들어서면, 오른쪽 보광교를 건너 영묘암과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길이 뻗어있다. 그러므로 ‘보광사만의 해탈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설법전

설법전은 보광교를 놔두고 큰길을 따라가면 나타난다. 언뜻 건너편 담장에 뚫린 불이문에 한눈을 팔게 되면, 설법전의 커다란 날개가 왼쪽 어깨에 덜컥 내려앉는다. 이층에 걸린 설법전이라는 현판도, 아래층에 놓인 봉향각이란 찻집 간판도 한껏 멋을 부린 글씨체다.

범종각

범종각은 수문장인 듯 버티고 서서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건만, 주인공은 대웅전 안으로 들어앉아 있고 모조품이 대신 걸렸다. 숭정칠년명동종은 국가지정 보물이 되기 오래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왔던 셈이다.

대웅보전

대웅보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3호다.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모신 본당으로, 지금의 건물은 1740년(영조 16년)에 영조가 생모 숙빈최씨가 잠들어 있는 소령원의 원찰로 삼으면서 새롭게 중건되었다. 높다란 석축 위에 서향으로 앉힌 겹처마 팔작지붕과 정면 3칸, 측면 3칸의 장중한 건물이 마당 건너편 만세루와 마주 보고 섰다.

대웅보전 편액

대웅보전 편액은 가로 152cm, 세로 40cm 목판에 돋을새김인데, 글자가 단정하고 필선이 굳세면서도 아름답다. 영조의 친필로 전해진다.

대웅보전 외벽 편화

대웅보전 외벽 판화는 정면을 제외한 세 면에 모두 판자를 끼우고 그린 각기 따른 불화이다. 금강역사도, 용선인접도, 괴석도, 대호도, 노송도, 연화화생도, 코끼리를 탄 동자도 등은 세월에 바랠 만큼 바랬건만 윤곽만으로도 전각에 품위를 보탠다.

목조보살입상

목조보살입상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48호로 석가여래좌상, 약사여래좌상, 아미타여래좌상으로 이루어진 대웅보전의 삼세불 옆에 서 있는 좌협시 미륵보살상과 우협시 제화갈라보살상이다. 경기도 양주 천보산 회암사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된 것을 보광사로 옮겨왔다고 한다.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

현왕도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 현왕도도 눈여겨볼수록 심금을 끌어당기는 불화이다. 대웅보전의 본존불 뒤편과 좌우에 있으며,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19, 제320호, 제321호이다. 누군가의 시구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만세루

만세루는 영조가 행차할 때마다 고생하는 상궁 나인들의 편의를 위해 지은 정면 9칸의 누각이다. 건물 앞에 걸려 있는 ‘염불당중수시시주안부록’이란 편액으로 보아 예전에는 ‘염불당’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으며, 1898년(광무2년)에 상궁들의 시주로 중수되었다고 한다.

목어

목어(木魚)는 만세루 툇마루에 걸려 있는, 흔치 않은 명물이다. 길이 287cm, 두께 68cm의 커다란 몸통은 물고기 모양이지만 눈썹과 둥근 눈, 툭 튀어나온 코, 여의주를 문 입, 그리고 머리에 돋아난 뿔까지 영락없는 용의 형상이다. 오랜 세월을 삭혀서 속을 텅 비워낸 목어의 모습이야말로,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관음전

관음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관음보살을 모셨으며, 삼장탱화가 있다.

어실각

어실각은 관음전 오른편 위쪽에 있으며 영조의 생모 숙빈최씨의 신위를 모셨다. 영조가 생모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심었다는 3백 년 묵은 향나무의 위용이 심상치 않다. 영조의 애틋한 효심이 엿보이는 이 작은 전각과 향나무의 조화에서, 세상을 지긋이 압도하는 힘이 느껴진다.

지장전 무영탑

지장전에 걸린 현판은 명부전이다. 맞배지붕에 정면 3칸, 측면 2칸 건물로 1994년에 지어졌다. 안에는 지장삼존상을 비롯하여 시왕상, 판관, 녹사, 인왕상, 동자상 등이 봉안되었다. 특히 지장전 앞마당에 서 있는 무영탑은 단아하여,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한다.

응진전

응진전은 팔작지붕에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대웅보전처럼 벽이 나무판자로 되어 있다. 안에는 석가삼존상과 나한상 16위가 있고, 영산회상도와 나한도 4폭이 있다.

산신각

산신각에는 산신상과 산신탱화를 봉안하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불을 땔 수 있는 아궁이가 있다. 이곳에서는 꼭 짚어봐야 할 게 또 있다. 보광사 산신각의 목조산신은 남자이고, 앵무봉 아래 도솔암의 목조산신은 여자이다. 보광사 목조산신의 조성연대는 8.15광복 이후라고 되어 있으니, 아마도 그 당시의 도솔암은 보광사에 딸린 암자였지 싶다.

수구암

수구암은 보광사의 딸린 암자로, ‘수구(守口)’는 ‘입을 지키라는 뜻이다.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이듯,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으라는 가르침이 숲속에 고즈넉하다.

석불전

석불전은 1981년에 조성한 것으로 ‘호국대불’로도 불린다. 대웅보전에 모셨던 보살의 복장에서 출현한 부처님 진신사리 11과, 5대주에서 가져온 각종 보석, 법화경, 아미타경 및 국태민안남북통일발원문 등을 석불의 복장에 봉안했다. 12.5m나 되는 웅장한 규모가 보는 이를 압도할 뿐 아니라 정교한 조각 솜씨가 돋보인다. 1980년 당시 신군부의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대장이 시주했다고 전하지만, 사실을 알리는 표지는 어느 곳에도 없다.

영각전

영각전은 2003년 완공된 법당으로, 고인들의 영가를 모시는 봉안당이다.

*취재 : 강병석 파주알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