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인 제32회 율곡문화제가 10월 8일부터 이틀간 파주이이유적지, 화석정(율곡정담), 율곡습지공원(음악회), 파주시민회관(바둑대회) 등에서 열렸다. 대학자 이이의 유덕을 기리고 문향(文鄕)으로서의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이어가는 잔치로써 198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4년 만에 재개되었다. 그동안 이 행사에서 소외돼 온 율곡의 생거지인 율곡리가 올해에는 처음으로 행사장에 포함되었다.

율곡이이 유적지 입구에 있는 율곡이이와 어머니 신사임당 동상


최대의 대표 행사답게 참가한 단체와 학교/기관 그리고 지역민 모임들이 30여 개를 넘었다. 그러한 적극적인 참여로 프로그램이 풍성했고 다채로웠다. 이틀에 걸쳐 시민길놀이, 율곡 추향제와 신사임당 추모제, 한복 패션쇼와 전통예술 공연, 백일장과 바둑대회, 음악회... 등과 서각 전시회 등을 비롯한 각종 소규모 전시 행사도 다양하게 열렸다.

삼광중고 오케스트라 연주 모습

오전 10시 이이유적지 잔디밭에서 열린 기념식 행사에서는 주악대(奏樂隊)로 참여한 삼광중고오케스트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적성면 석현리에 중고생 합산 269명의 작은 학교임에도 5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단원으로 참여하여 행사용 음악은 물론 감상용 음악까지 선물했다.

이색 프로그램으로 더 풍성해진 축제

프로그램이 다양하여 모두 다루기가 어렵지만, 그중 눈에 띄는 행사 관련 사항 몇 가지만 짧게 훑기로 한다. 율곡고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유가행렬 재연과 시민들이 참여한 길놀이를 마친 이들이 식장으로 들어서자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행사장 내에서 펼쳐진 사물놀이도 흥을 돋웠다. 시민길놀이 패 외에도 두 팀이 더 참가했는데, 그중 마정리의 농악패는 모두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이뤄져 경이로웠다.

유가행렬 재연 및 시민길놀이 패

 길놀이 마정리 농악대

잔디밭 광장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회와 부스 전시도 이곳저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중 서각전시회와 파주 환갑맞이 사진전, 그리고 고서 전시 코너가 이채로웠다.  해마다 열리는 백일장(운문/산문부 및 한시 부문)과 미술제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특히 율곡문화제의 한시 백일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시 부문 백일장으로 꼽힌다.

어르신들의 옛 졸업사진을 전시한 '환갑맞이' 졸업사진전

고서를 전시해둔 고서전

자운서원과 이이의 가족 묘지 이야기

율곡이이유적지 안에 있는 자운서원은 사액서원(賜額書院. 임금이 이름을 지어서 새긴 편액을 내린 서원) 중의 하나다. 1973.7.10. 경기도기념물 제45호로 지정되었다가 2013.2.21. 사적 제525호 파주 이이 유적으로 포함·승격되면서 경기도기념물은 지정 해제되었다(그러나 서원 앞에는 경기도 기념물 표지판이 세워져 있음).

자운서원 문성사 추향제 개최지

율곡 가족 묘소. 부모인 이원수와 신사임당 묘 위로 율곡의 묘가 있다.

이 문화제 기간 동안에 열리는 율곡추향제는 이 서원의 맨 꼭대기 건물인 문성사(文成祠. ‘문성’은 이이의 시호)에서 이뤄진다. 올해의 초헌관(初獻官. 제향 때에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사람)으로는 고광춘 파주부시장이 뽑혔다.


서원 좌측으로(잔디밭 쪽에서는 우측) 이이의 가족과 친족들의 묘소가 있다. 여견문이 그 출입구다. 이 묘지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자식인 이이가 부모보다도 높은, 맨 위에 가 있고, 이이의 묘에도 부인 곡산노씨의 묘가 이이보다 높게 뒤쪽에 배치돼 있다.  이처럼 일반 상식과 다르게 배치된 데는 까닭이 있다. 이이는 최고위직으로 판돈령부사(종1품)에까지 올랐지만, 부친인 이원수는 사헌부 감찰(정6품)이 최고위직이었기에 자식이 고위직으로 오른 경우에는 부모보다 높은 자리에 모실 수 있는 당대 습속을 따른 것이었다. 또 부인이 남편보다 높은 자리로 간 것은 임란 때 부인 곡산노씨는 왜군에 저항하다 살해되었기에 나라에서 정려문을 내린 바 있어서였다. 즉 국가 표창자는 단순 고위직 역임자보다 상위 대우를 받았다.


 율곡문화제 때가 아니더라도 자운서원 방문은 가치 있는 일이다. 서원과 기념관, 가족 묘소 등을 찾아 여유 있게 살펴보고 넓은 잔디밭을 거닐며 과거 역사를 반추하고 감회를 정리해 보는 것도 하루의 일정으로는 매우 뜻깊은 날이 될 수 있다.



* 자운서원/파주이이유적지
- 위치 : 법원읍 동문리
   대중교통(버스 11, 12, 19-1 등) 가능
- 연락처:031-958-1749

 

* 취재: 파주알리미 최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