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향기를 찾아서

엉겅퀴꽃

가시나물로 알려져 있으며 전국 산하에서 자라나는 엉겅퀴를 밭에서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탄현면 오금리를 찾았다. 엉겅퀴는 보라색 꽃이 피는 다년초로 잎의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독한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어느 야생화보다도 독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식용할 수 있는 천연약재이다.

엉겅퀴 밭에서 만난 유정미 씨(57세)와 조국현 씨(57세)는 열정으로 중무장한 친구 농부들이었다. 부부로 착각할 만큼 손발이 척척 맞는 단짝으로 함께 부동산업과 무역업에서 왕성히 활동하다 의기투합하여 귀농한지 5년차라고 한다.

양봉장에서 일하는 중인 유정미 씨와 조국현 씨

양봉장에서 일하는 중인 유정미 씨와 조국현 씨

“저희들의 주작물은 벌꿀입니다. 이 엉겅퀴밭도 벌들의 밀원수로 장만한 것입니다.”

엉겅퀴 밭이 관상용이 아닐까 했던 의문이 풀린 순간이었다. 왜 엉겅퀴였을까?

“원인 없이 아팠던 남편을 위해 사시사철 민들레를 캐서 김치로, 나물로, 즙으로 먹게 했는데 차츰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근데 금촌 사시는 나물 할머니가 엉겅퀴가 더 좋으니 먹어보라는 거예요. 그때부터 엉겅퀴를 먹었는데 거짓말같이 나아서 지금은 현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엉겅퀴를 선택한 계기에 대한 유정미 씨의 설명이다.

이후 무역업에 종사하던 친구 조국현 씨가 심한 과로로 졸도를 하자 엉겅퀴를 추천했고, 효과를 본 두 사람의 엉겅퀴 사랑이 시작되었다. 건강을 회복한 조국현 씨는 귀농을 생각하게 되었고 평소 농업기술센터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았던 유정미 씨의 권유로 양봉교육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농사꾼의 길로 들어섰다. 이에 두 사람과 농부가 되고 싶은 국현 씨의 아들 조영진 씨(22세), 세 사람은 ‘벌과 자연’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삼위일체가 되어 전업농이 되었다.

함께 '벌과 자연'을 운영하는 조영진 씨와 유정미 씨

함께 '벌과 자연'을 운영하는 조영진 씨와 유정미 씨

보라빛 꽃
벌과 꽃
보라색 엉겅퀴 꽃이 핀 엉겅퀴 밭

보라색 엉겅퀴 꽃이 핀 엉겅퀴 밭

“아카시아 꽃이 지면 밤꽃이 필 때까지 벌들은 야생화 꽃을 먹습니다. 이 시기에 엉겅퀴 꽃의 꿀을 먹도록 밭을 조성한 거지요. 오금리에 밭을 마련하곤 민통선과 파주 산하 엉겅퀴 군락을 찾아 새순을 캐와 심었습니다.”

성실을 몸에 장착한 조국현 씨의 말이다. 조국현 씨는 엉겅퀴로 건강을 되찾으면서 주거지까지 탄현면으로 옮기면서 농사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양봉 첫해는 벌에 네 방 쏘이고 응급실에 갈 정도로 초짜였는데 3년차인 지금은 분봉(벌집 나누기)을 직접 하고, 밀랍을 이용한 공예도 하는 전문 양봉인의 모습이 보였다.

양봉장

양봉장

양봉 작업 모습

양봉 작업 모습

양봉 작업 중인 정유미 씨

양봉 작업 중인 유정미 씨

양봉장 벌들 모습

양봉장 벌들 모습

“엉겅퀴 꿀은 진한 자줏빛이 나는데, 드신 분들이 맛있다고들 해요. 이를 파주시 다른 양봉농가와 함께 만들어 파주시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두 사람의 적극적인 구애로 내년엔 두 곳의 양봉농가가 함께 엉겅퀴 꿀을 생산하기로 했단다.

'벌과 자연'에서 생산한 벌꿀

'벌과 자연'에서 생산한 벌꿀

국현 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벌들에게 설탕을 먹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직접 해보니까 꽃이 없는 7~10월 말에 먹일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벌들이 먹이가 없어 죽고 만답니다. 벌들에게 먹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밀원수(꽃이 피는 나무나 풀) 보급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미 씨는 “계절별, 월별로 꽃을 피우는 약초들로 밭을 만들어 한방꿀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농업기술센터에서 장단면 거곡리에 조성중인 지역농업개발 시험연구포장에 바이텍스나무(순비기나무)를 심었는데 양봉농가로서는 너무 기쁘고 고맙다”며 “앞으로도 시에서 다양한 밀원수 보급에 힘써주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봉은 벌통만 놓으면 되는 단순한 일인 줄 알았다’는 기자의 우문에 고개를 젓는 젊은 농부 조영진 씨는 아직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며 배우고 있다며, 재미도 있고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답했다. 월급을 모아 2년 내에 트랙터를 사는 것이 단기목표라는 그는 부족한 경험을 채우기 위해 안성 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이론교육도 받고 있다.

“벌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생각나 관상용, 조경용 꽃도 밀원수가 될 수 있도록 정책으로 선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엉겅퀴밭

엉겅퀴밭

엉겅퀴의 효능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세포 보호와 간기능 개선 작용으로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엉겅퀴는 꽃, 잎, 줄기, 뿌리 모두 식용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한다. 그중 씨방에 들어 있는 ‘실리마린’이라는 성분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노화예방과 간세포 복구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 ‘아피게닌’ 성분은 연골파괴 억제에 효과적인데 요즘 홈쇼핑에서 절찬리에 팔고 있는 ‘밀크시슬’이 엉겅퀴의 영명이다.

엉겅퀴즙

엉겅퀴즙

식용방법은 어린 순일 땐 나물이나 국, 볶음 등 채소로 이용 가능하나 약용 효과를 볼 수 있는 꽃이 피면 줄기에 가시가 있어 말려서 차로 마시거나 대부분 즙을 내어 먹는다. 엉겅퀴 꿀이나 즙이 필요할 경우 ‘벌과 자연’(010-8288-8559/010-8881-7896)으로 문의하면 된다.

취재: 김화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