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늦봄~초여름이면 파주시를 비롯하여 문산읍, 파평면 등에서는 아래와 같은 공고를 한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을 퇴치하여 토종식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건강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0000년도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 퇴치 지원 공모 사업을 붙임과 같이 공고합니다. 지원 대상자 : 참여 인원 10명 이상으로 예초기를 보유하고 있는 단체. 생태계 교란 야생식물(단풍잎돼지풀, 가시박 등) 퇴치 작업 참여 단체’. [이하 생략]
이것은 파주시에도 침범하여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위해(危害) 식물들을 퇴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환경부 고시 제2016-112호에서 지정된 ‘생태계 교란 생물’ 중 동물을 제외한 식물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생태계 교란종이란,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키거나 교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은 자연생태계에 유입되면서 토종 서식지를 잠식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깨고 종의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왕성한 생육력과 번식력으로 삽시간에 서식지의 우점종(優占種. 식물 군집 안에서 가장 수가 많거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종)이 되어 다른 식물들을 제압하거나 생장을 방해하는 못된 훼방꾼 노릇을 하는 걸 뜻한다. 녀석들은 왕성한 번식력 외에도 이웃 식물의 발아와 생육을 저해하는 생화학적 타감효과(他感效果, alleropathy)까지 발휘하는 경우도 있어서 다른 식물종을 배척하고 손쉽게 우점종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토종 서식지 잠식과 생태계 균형 파괴 속도가 빨라진다.

녀석들은 또 쉽게 퇴치되지도 않는다. 놀랍게 다수로 번지는 번식력도 무섭지만, 뿌리나 근경이 잘려도 자랄 정도로 생육력도 놀랍다. 그러면서 근처 토종식물들의 광합성을 방해하여 생장과 번식을 억제한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퇴치책으로 꽃 피기 전인 늦은 봄을 넘기기 전에 뿌리째 뽑아내는 걸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종은 정부 차원에서 생태계 교란 야생종을 법으로 규정·규제하고 있다.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8호의 규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한 아래의 식물 16종과 동물 14종 등이다.

* 식물(16종):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환삼덩굴, 마늘냉이

* 동물(14종):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리버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미국가재, 꽃매미, 붉은불개미, 등검은말벌,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아르헨티나 개미

파주도 생태 교란종의 침략을 받고 있다

생태 교란종의 현실적인 위해에서 파주도 예외가 아니다. 예외이기는커녕 생태 교란종 하나의 진원지 중 한곳이라는 혐의도 받고 있는데, 생태 교란종의 대표 격인 '단풍잎돼지풀'이 그것이다.

녀석의 고향(원산지)은 망초와 같은 북미 지역이다. 개항 초기에 반입 상자의 바닥에 묻어 들어와 무섭게 번지는 바람에 한일병탄이 이뤄지자 홧김에 나라를 망친 풀이라 하여 망초(亡草)라는 이름까지 얻은 잡초와 동향이다. 들어온 경위도 똑같다. 미군 주둔 시절에 컨테이너 바닥에 떨어진 씨앗들이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천, 문산 등에서 발원했는데 지금은 무서운 기세로 남하하고 있다. 토양과 환경을 가리지 않는 생태적 특성과 무서운 번식력으로 국립수목원에까지 침투했는데 효과적인 대응책이 전혀 없는 터라 관계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보도된 바도 있다. 토종식물 성장 방해는 물론이고 꽃가루는 알레르기성비염, 기관지천식, 결막염, 피부가려움증 등까지도 일으킨다.

‘단풍잎돼지풀’은 잎이 단풍을 닮아서 붙여졌지만, 또 다른 생태교란종인 ‘돼지풀’과는 외양부터 전혀 다르다. 돼지풀은 외양으로는 되레 쑥(익모초)에 가까운데, 단풍잎돼지풀은 외양으로는 ‘돼지감자(뚱딴지)’로 착각하기 쉽다. 그 바람에 제거의 손길에서 벗어날 때도 있다.

이처럼 서로 착각하기 쉬운 이름들이 붙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돼지풀은 본래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잎이 쓰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속명으로 암브로시아(Ambrosia)가 나왔는데, 일반인들은 써서 못 먹고 ‘신으로부터 허락받은 자들을 위한 식량’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영어명 hog weed를 부다쿠사(豚草. 돼지풀)로 번역했고, 우리는 그 이름을 그냥 따오는 바람에 쑥같이 생긴 것을 ‘돼지풀’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편, 단풍잎돼지풀은 돼지풀과는 전혀 다른 외양임에도 잎 모양이 단풍잎이어서 앞에 그게 붙었고, 뒤의 돼지풀은 돼지감자에서 나왔다. 즉 잎이 단풍잎 모양인 돼지감자풀을 줄인 셈이라고나 할까. 제대로 붙이자면 단풍잎돼지감자라 해야 할 것이 그리되었다. 이것들을 사진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돼지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돼지감자

돼지감자

외양만으로는 착각하기 쉬운 돼지감자와 단풍잎돼지풀의 대표적인 차이는 키와 꽃 그리고 덩이뿌리 유무다.  돼지감자는 보통 키가 1.5~2m 정도인데, 단풍잎돼지풀은 그 두 배 정도 더 크다. 보통 2m를 훌쩍 넘기는데 4m급도 보인다. 그 다음은 덩이뿌리 유무. 돼지감자의 뿌리에는 요즘 당뇨에 좋다고 소문나서 농가 수입에도 보탬이 되고 있는 돼지감자(뚱딴지)가 달려 있지만, 단풍잎돼지털은 허방이다. 뿌리를 뽑아보면 아무 것도 없이 쑥 뽑혀 나온다. 꽃이 피면 그 모양과 색깔만으로도 금세 구분이 된다.

단풍잎돼지풀 꽃

단풍잎돼지풀 꽃

돼지감자꽃

돼지감자꽃

파주와 단풍잎돼지풀, 그리고 기타 생태교란종들

파주에는 이 단풍잎돼지풀이 DMZ, 도심지, 밭 주변, 산자락, 자유로, 도로변, 하천변 등을 따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 식물이 다수 발견되고 있는 DMZ에까지 번지고 있어서 이 단풍잎돼지풀 제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연계를 통한 자연보호와 관광자원 활용을 위해서도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제거 대책이 절실하다.

운정호수공원 진입로변에 무섭게 번지고 있는 단풍잎돼지풀

운정호수공원 진입로변에 무섭게 번지고 있는 단풍잎돼지풀

생태교란종 제거 작업하는 모습(파주시 제공)

생태교란종 제거 작업하는 모습(파주시 제공)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단풍잎돼지풀 제거 작업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주시는 올해 국비 1억 원과 도비 2300만 원, 시비 1억9500만 원 등 3억18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업체 3곳을 선정하고 7월~8월 제거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대상 지역은 군내면, 장단면, 진동면, 임진각 평화의길 6,7,8코스 및 공릉천, 문산천, 삼방천, 늘노천, 동문천 등 8개 하천변 정도에 불과하다. 확보한 예산만으로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확산하고 있는 녀석들의 제거가 어렵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국가적 지원이 그래서도 더욱 절실하다.

이 밖에도 파주에는 생태교란종이 적지 않다. 일례로 시의 제거 사업 지원 대상에 들었던 가시박도 그렇고, 그밖에 도깨비가지, 환삼덩굴, 가시상추 등 갖가지가 토종 야생종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중 주변 토종식물들의 광합성을 방해하여 그 아래에서는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하게 하고 있는 환삼덩굴 같은 것들 앞에서는 안타깝게도 속수무책인데 이 환삼덩굴은 파주 도처에서 계속 발호하고 있다. 2년 전에 기자가 2박3일 파주 걷기를 하면서 주요 도로변이나 개천가에서 수도 없이 환삼덩굴을 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것들은 보는 족족(특히 개화 시기를 전후하여) 제거돼야 할 대상들이다.

가시박

가시박

환삼덩굴

환삼덩굴

가시상추. 잎 뒷면 엽맥의 가시가 특징

가시상추. 잎 뒷면 엽맥의 가시가 특징

도깨비 가지

도깨비 가지

이런 생태교란종의 퇴치가 시급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저 눈에 띄는 대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생태교란종임을 알아보고 걷어붙이고 나서는 시민들이 늘어나길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 문의처 :  환경보전과 생태환경팀 ☎ 031-940-5954

* 취재 :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