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초순에도 지루한 늦장마가 끝없이 이어진다. 벌써 며칠 째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되었던 산성(山城) 나들이가 장맛비 때문에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아침부터 걱정이 앞섰다. 기자는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3년 전 임진강 주변의 여러 산성을 찾아 돌아본 적이 있다. 지난 5월 말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전국 최초의 산성 전문박물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 그곳을 찾음으로써 산성 나들이의 완성을 보려 했기 때문에 - 누구보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들떠있었다. 경인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개관하자마자 바로 휴관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태껏 미뤄왔던 나들이였다. 출발하는 날 하늘도 돕는지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빛을 보여준다. 우선,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의 오두산 전망대 주차장 왼편 경사면에 다소곳이 자리한 오두산성을 먼저 찾았다.

흔적만 남은 오두산성 성벽

흔적만 남은 오두산성 성벽
한강과 임진강이 서로 만나는 지점인 파주 오두산의 정상(해발 119m)을 둘러싼 길이 1,228m의 백제의 테뫼식 산성이다. 경사면이 가파르고 서쪽은 한강이, 북쪽으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있어 두 강이 만나서 서해로 흘러드는 길목에 위치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리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오두산 정상에 통일전망대 시설이 들어서 있어 산성의 규모와 원형이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산성은 산의 정상부나 경사면에 바위, 흙으로 성을 쌓아 적들의 공격이 어렵도록 만들고 적들을 내려다보며 손쉽게 방어하려는 의도로 만든 구조물이다. 산성은 축성 위치에 따라 테뫼식과 포곡식으로 나뉜다. 테뫼식은 성곽이 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7~8부 능선을 따라 테두리를 두르듯이 둘러쌓은 방식이다. 주로 짧은 시간의 전투에 이용되는 산성이다. 포곡식은 성벽 안에 계곡이 들어가게 하여 성내의 가용면적을 넓히고, 수원(水源)이 있어 주민들이 평상시 거주하며 지구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산성이다. 파주의 산성은 대부분 테뫼식으로 월롱산성(월롱면), 오두산성(탄현면), 명봉산성(조리읍), 봉서산성(파주읍), 아미성(적성면), 장명산성(교하동), 칠중성(적성면), 금파리성(파평면), 덕진산성(군내면), 이잔미성(적성면), 육계토성(적성면) 등이 있다.

오두산성을 뒤로하고 자유로를 달려 김포대교를 건너서 경인여자대학교 근처에 있는 계양산성박물관에 도착했다.

계양산성박물관

계양산성은 오두산성과 같이 한성백제 당시 한강 하류를 제어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삼국의 각축 과정에서 한강 유역을 차지한 고구려, 신라가 차례로 활용하다 고려를 거치면서 용도가 없어져 황폐해지고 말았다. 2003년부터 진행한 10차에 걸친 발굴 조사과정에서 성곽의 역사적 가치가 확인되어 성곽 보수 및 산성박물관 건립을 하고, 2020년 5월에 국가지정문화재(사적 556호)로 지정되었다.

산성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졌으며, 산성역사실, 계양산성실, 기획전시실, 개방형 수장고, 교육실과 기타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산성역사실(1전시실)은 우리나라 산성의 기원, 삼국시대의 산성, 고려~조선시대 산성의 변천, 산성의 형태 분류와 구성 요소, 한반도와 세계의 산성 유산 등을 다루고 있다.

내부 전시실
산성박물관 내부 전시실

산성박물관 내부 전시실

산성의 발달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 그래픽패널, 모형, 발굴유물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또한, 전시 중간에는 축성 도구 모형을 통해 성을 쌓는 과정을 재현해 볼 수 있는 체험 코너와 몽고군에 맞서 성을 수비하는 고려군의 전투 장면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수비하는 고려군과 공격하는 몽고군의 전투 장면을 그려놓은 포토존

수비하는 고려군과 공격하는 몽고군의 전투 장면을 그려놓은 포토존

계양산성실(2전시실)은 10차에 걸쳐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계양산성의 유적과 출토유물을 다루고 있다. 계양산성에 대한 역사기록, 발굴조사 성과, 유적의 분포현황, 삼국시대 목간 등 발굴유물, 계양산성의 축소 모형 등 다양한 전시자료를 통해 계양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글자가 새겨진 명문기와
금속 유물

계양산성에서 출토된 전시 유물들(글자가 새겨진 명문기와, 금속 유물)

지상 1층의 기획전시실은 자료로 본 계양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연말까지 전시된다고 한다.

계양산성이 연결

산성박물관 바로 뒤편 산책로로 계양산성이 연결되어 있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계양산성의 성곽 돌덩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가자며 계양산 능선을 따라 올랐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오르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몇 번 가쁜 숨을 몰아쉬자 눈앞이 확 트이며 저 앞에 계양산성 안내판이 보인다. 성벽이 보이는 곳까지 다가가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산성 아래로 펼쳐지는 전경은 결코 막힘이 없었다. 누가 봐도 이런 곳에 산성을 쌓을 만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성을 내려올 때는 오늘의 나들이로 산성에 대해 더 알았다는 마음에 발걸음마저 가벼워졌다.

파주 시민들이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파주의 여러 산성들에 대해 관심을 갖길 바라고, 또한 산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색다른 박물관이 생겼으니 아이들과 함께 한번 돌아보길 추천한다.

취재: 김명익 시민기자(ahram215@hanmail.net)

□ 오두산성 가는 길

○ 주소: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오두산 전망대

□ 계양산성박물관

○ 홈페이지 : http://museum.gyeyang.go.kr/
○ 주소 :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로 101
○ 관람 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입장마감은 관람종료 30분전)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다음날)
○ 관람료 : 개인 1,000원(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독립 및 국가유공자 무료)
*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관람 시 아래의 사항을 준수
- 사전 전화 예약을 통한 예약 관람(단체관람 불가) 032)450–8317~8 / 1시간당 20명 이내로 관람 인원 제한
- 관람자 명부 작성(전자출입명부) 및 발열 체크 ※ 유증상자 관람 불가 ※ QR코드 미사용 시 신분증 제시 필요
- 관람객 간 2m 이상 사회적 거리 유지
- 관람객 마스크 착용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