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들은 심학산을 알려면 열 번은 걸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등산로 입구의 ‘둘레길 및 등산로 안내판’부터 상식을 뒤집는다고 말한다. 지도는 위가 북쪽이고 아래가 남쪽이다. 산의 북쪽에 사는 파주시민 위주로 제작하다 보니, 위가 남쪽이고 아래가 북쪽이 돼버렸다.
산세 또한 상식에 반한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동고서저(東高西低),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게 마련이다. 파평산 감악산 앵무봉도 그러하지 않던가. 심학산만은 교하배수지가 있는 동쪽이 낮고 정상전망대가 있는 서쪽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그렇거늘, 직접 걸어보지 않고 등산로나 둘레길의 속살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심학산에는 5개의 등산로와 7부 능선을 한 바퀴 감아 도는 둘레길이 있다. 가장 긴 등산로는, 교하배수지에서부터 옛날 여인들의 가르마처럼 곧게 뻗어간 주 능선을 타고 정상 전망대에 이르는 3km이다. 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관리된 군사 도로여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마지막 200m의 가풀막에서는 숨 가쁠 각오를 해야 한다. 다음은 산머루가든에서 둘레길 교차점과 주 능선을 가로지르고, 다시 둘레길 교차점을 지나 산남동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인기는 별로인 듯, 인적이 드물었다. 항상 등산객이 붐비는 곳은 주차장이 넉넉하고 오가는 이를 가리지 않는 약천사 등산로다. 사찰 뒤쪽을 지나는 둘레길로 접어들었다가 수투바위 교차점에서 정상으로 향하거나 주 능선의 체육시설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20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