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요,
고독의 철인(哲人)이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현인(賢人)이다.’

- 이양하, 『 나무』중에서

견인주의자, 철학자, 성자를 찾아가는 세 번째 이야기이다.

파주에는 보호수 총 53그루가 있다. 지금까지 그중 5그루를 소개했다.(웹진 파주싱싱뉴스 지난 기사 참고) 2그루는 지난해 가을에 소개했는데 파주시 보호수 1호 은행나무(금촌동)와 42호 은행나무(당하동)였다. 3그루는 올봄에 소개했는데 화석정(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에 있는 느티나무(경기-파주-22)와 향나무(경기-파주-23), 율곡2리 느티나무(경기-파주-24)였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大署)를 하루 앞둔 지난 7월 21일 오후에 파주향교(경기도문화재자료 83호)를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파주향교의 문이 닫혀있었다. 경기도문화재단 직원들이 파주의주길 안내지와 스탬프를 점검하러 나왔다. 무더위에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파주읍은 조선시대 파주목 관아가 있던 행정기관의 중심지였다. 그곳에 파주에서 최초로 세워진 국립학교가 파주향교였다. 당시에는 53명의 국비 장학생이 공부했던 곳이기도 하다.

파주향교는 파주의 진산 봉서산의 기를 받으며 그 아래 자리 잡고 있다. 봉서산은 봉황이 노래하며 즐겨 놀았다는 전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는 권율 장군이 행주대첩 이후, 경기 북부 군사 요충지인 봉서산성에 주둔했다.

향교에 들어가자마자 서 있는 느티나무(경기-파주-40), 대성전 오른쪽에 서 있는 느티나무(경기-파주-38), 대성전 왼쪽에 서 있는 향나무(경기-파주-41) 이렇게 세 그루가 모두 1982년 10월부터 파주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향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문지기처럼 왼쪽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지정 당시 수령은 350년이었으니, 지금은 약 370년으로 보면 될 듯하다. 높이와 둘레는 21m, 5m이다.

40호 느티나무 원경

40호 느티나무 원경

40호 느티나무 근경

40호 느티나무 근경

40호 느티나무와 파주향교 담장

40호 느티나무와 파주향교 담장


향교에 서 있는 나무 중 가장 오래된, 대성전 오른쪽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지정 당시 450년이었으니, 약 470년이 되었다. 높이와 둘레는 20m, 5m이다. 느티나무는 그늘을 내주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정자 역할을 해주었다. 오랫동안 생태문화의 삶을 살아왔다. 꽃은 5월에 피고, 10월에 둥글납작한 핵과가 열린다.

파주향교 대성전과 38호 느티나무

파주향교 대성전과 38호 느티나무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는 38호 느티나무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는 38호 느티나무

대성전 왼쪽에 서 있는 향나무는 지정 당시 200년이었으므로, 지금은 약 220년이 되었다. 높이와 둘레는 10m, 2.5m이다. ‘향나무를 찍은 도끼에도 향이 베인다.’고 할 정도로 향이 깊다. 어린 시절 향나무로 만든 연필을 깎았을 때의 향이 아직도 코끝에 베어 있는듯하다. 제사 때는 물론, 진한 향이 냄새를 없애준다 하여 시신을 입관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41호 향나무 원경

41호 향나무 원경

41호 향나무 윗부분

41호 향나무 윗부분

41호 향나무 아랫부분

41호 향나무 아랫부분

41호 향나무 안내판

41호 향나무 안내판


세 그루의 높이와 둘레는 지정 당시의 수치이다. 아이들이 자라듯이 지금은 조금씩 커지고 굵어졌으리라.

파주향교는 지금으로부터 622년 전인 조선 태조 7년 1398년에 창건되었다. 창건 후 세월이 지나 느티나무와 향나무를 심은 것이다. 제자들이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스승이 심었을까? 아니면, 무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이 스승의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자들이 심었을까?

나무를 심었을 때는 나무의 덕성을 닮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리라 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문이 닫혀있지만, 종종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향교에서 나무들은 오늘도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서 있다.

비, 바람, 햇볕을 자양분 삼아 사오백년 가까이 살아온 나무를 보니 부럽기까지 하다. 부귀영화를 가져본들 사람은 길어야 백년인데 말이다. 긴 세월 살아온 나무는 늘 좋은 시절만 있었을 리 만무하다.

‘비가 바람에게 말했다. 너는 밀어 붙여 나는 퍼부을테니’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쓰러져 있다’에서처럼 폭풍우 치던 날들도 있었을 테고, 이웃 나라와의 싸움을 지켜보며 애간장 녹는 세월도 보냈을 테다.

그럼에도 나무는 오늘도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앞으로도 누구를 탓하거나 무엇을 탐내지 않고 성자나 철학자와 같이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흙으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람이나 나무도 매 한 가지이나 살아가는 양식은 사뭇 다름은 왜일까? 말없는 나무에게 묻고 배우고 싶다.

취재: 최순자 시민기자

□ 파주향교 보호수 찾아가는 길

○ 파주향교: 파주시 파주읍 향교말길 5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