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나, 아이에게 필요한 거라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김도언) 자폐장애 아이를 둔 이성미(39) 씨의 말이다. 이 말속에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어느 부모인들 내 자식의 장애를 쉬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래도 부모이기에 자식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힘들더라도 뭔가를 한다.

도언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17~18개월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주로 혼자 지내고, 장난감을 줄 세워 놓았다. 원장 선생님이 전문적인 치료를 권했다. 엄마는 첫 아이라 잘 몰랐고, 아이가 순하다고만 생각했다. 21개월째 치료실을 찾았다.

일찍부터 치료실을 다녔는데, 6세 때 바우처를 이용하기 위해 장애등급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1급이라 했으나 심사 결과 2급을 받았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은 2급까지는 장애인 주차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 후 아이가 갑자기 뛰어나가거나, 특정한 층에 집착하기 때문에 장애인 주차를 할 수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놀잇다 방과후 활동 후 산책길

놀잇다 방과후 활동 후 산책길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아를 둔 엄마로서 관계 기관에 바람이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할 때는 아이가 집중을 못해 모둠 수업이 어렵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 게다가 복지관 같은 사회시설도 문을 닫았다. 장애 아이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놀잇다 공간예술놀이터 활동

놀잇다 공간예술놀이터 활동

놀잇다 꿈다락 활동

놀잇다 꿈다락 활동

장애를 둔 부모는 한 번 울고 아홉 번 웃는다고 하던가. 힘들지만 아이는 엄마에게 보람도 안겨준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불러도 잘 대답도 안 하고, 물어보는 것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던 도언이가 최근에 말놀이에 빠졌다. 별 의미 없는 말로 하는 말놀이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서 같이 장단을 맞추며 놀아주는데 재미있단다.

“예를 들어 “액티비아” 이런 단어들을 “액” “티” “비” “아” 또는 “액티” “비아” 이런 식으로 나와 상대방이 단어를 마음대로 끊어 읽으며 말을 이어가는 장난이다.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놀이를 하고 싶을 때는 상대방 얼굴을 바라보며 단어를 말하고 상대방이 이어받기를 바라는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이쁘다. 주변의 모든 단어나 책에서 나온 내용의 문장들로도 말놀이를 하는데, 의미 없는 말이지만 아이와 소통이 된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가슴을 쓰려 내리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도 문을 닫아 등교도 못 하고, 복지관도 문을 닫아 치료 수업들도 다 못 가게 된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 몇 달을 밖에 나가지도 못 하고 집에서만 생활할 수 밖에 없으니 답답했는지 창 밖으로 몸을 반을 빼고 창문에 앉아있거나 가전제품에 물을 붓는 등 위험한 행동을 많이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이가 말로 표현 못 하고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테지만, 방충망까지 다 열고 창문에 그렇게 걸터앉아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나 떨어져서 잘못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었는지 지금도 그때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이 무겁다.”라고 전한다.

바닷가에서 파도랑 놀기

바닷가에서 파도랑 놀기

오락실에서 게임하는 도언이

오락실에서 게임하는 도언이

또 아이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같이 타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는 층보다 높은 층을 갈 때는 괜찮은데, 가는 층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췄다가 간다던가 같이 탄 사람이 자기보다 낮은 층을 갈 경우에는 엘리베이터를 층층별로 다 누른다.

“엄마가 못하게 하면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정도로 짜증을 부리기 때문에, 강력하게 제지하지 못해 같이 탄 사람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웬만하면 사람들이 많이 타 있는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고 바로 옆에 계단이 있는 경우는 계단을 이용하려고 한다.”라고 속내를 말한다.

결혼 전 예술기획가였다는 이성미 씨는 남다른 감성의 소유자였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메시지를 담아 마음은 힘들겠지만, 애써 담담히 얘기를 전해줬다. 고마운 마음이다. 그런 그가 가족들과 함께 진정 행복했으면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도언이가 이웃과 어울려 사회 속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그들을 받아주자. 장애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다.

* 취재 : 최 순 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