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조력공동체 ‘놀,잇다’ 회원 노희영씨와 아들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조력공동체 ‘놀,잇다’ 회원 노희영씨와 아들

“‘미안합니다’ ‘아이 엠 쏘리’ ‘스미마셍’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미안하다는 말이죠.  발음이 다를 뿐이지 뜻이 틀린 게 아니잖아요? 장애에 대한 이해도 언어를 배우듯,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화사한 벚꽃이 손짓하는 식목일이자 한식날 광탄을 찾았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로 커피숍을 운영하는 노희영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가게 입구에 전기 자전거가 놓여 있다. 용도를 물어보니 여기까지 배달업체가 들어오지 않아 배달 주문이 오면 손수 배달을 할 때 애용한단다. 가게 한쪽에 마주 앉아 손님이 오면 그는 잠깐 자리를 비우면서 두 시간 정도 얘기를 주고받았다.

아이와 엄마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로 커피숍을 운영하는 노희영 씨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를 어느 학교로 보낼까 고민했다. 일단 학생 수가 적은 곳을 택하기로 했다. 엄마는 보내고 싶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그런 후 택한 학교가 지금의 학교다.

개인사로 아이가 어렸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이가 발달이 조금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도 좀 느린 아이라고만 했다. 그러다 만 3세 때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과 원장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언어가 늦으니 발달 검사를 권유했다.
그는 말한다.
“아이 발달을 아는 교육자들은 오지랖이 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때 그분들이 말해줘서, 그래도 우리 아이는 비교적 발달상 문제가 있음을 빨리 알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니 참 고마워요.”

검사 후 발달센터와 병원 등을 계속 다니고 있다. 어떨 때는 언어 치료를 비롯해 놀이치료, 감각치료, 예술치료 등 8개 정도를 다닐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아이 치료를 위해 들어간 비용만으로도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예요.”라고 할 정도로 경제적 지출이 있었다. 어떨 때는 절대적 가난한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쌀이 떨어져 본 적도 있다.

아이는 지난해 언어 발달장애 4급에서 급수가 없는 경계성으로 판정받았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경계성 장애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활동보조사 도움이 있다. 등교와 하교를 도와준다.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가게로 오면 엄마 일이 끝날 때까지 주로 스마트폰을 만지며 논다. 손님이 오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빨리 집에 가자고 보채기도 한다. 활동보조사 도움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못 받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를 위해, 하던 일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아이를 더 나아지게 해서 사회에 내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계속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치료를 다녀야 하므로 일을 할 수 없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엄마와 아들
저도 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아들이 만든 꽃바구니에 담겨있는 손 편지

아들이 만든 꽃바구니에 담겨있는 손 편지

노 씨는 활동보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내 아이의 활동보조사를 엄마가 하면 좋을 텐데 법적으로 그게 안 된다. 바람이 있다면 내 아이 활동보조사를 가족이 가능하도록 바뀌었으면 한다.

아이가 공예실에 가서 엄마를 위해 꽃바구니를 만들어왔다. 한글로 엄마에게 사랑을 전한 편지를 보며 보람을 갖는다.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만 한글을 쓸 수 있었으면 생각했었다.

“이 아이가 커서 앞으로 뭐가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잖아요.” “저도 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발달장애 아이의 삶의 질이 좋아지면, 같이 지내는 아이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런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이 발달장애 아이와 그 가족을 바라봐 주기 바란다. 아이는 “누군가 나와 있어 주면, 그의 신하가 되어도 좋아.”라고 할 정도로 친구와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친구들에게는 놀림을 받거나, 길거리에서 어른들의 편하지 않은 시선과 아이를 피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제 겨우 신발을 혼자서 신을 수 있는 아이지만, 모든 부모에게 내 아이가 귀하듯 엄마에게는 보물과 같은 존재이다. 아이가 편하고 즐겁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약한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고 있다. 희망을 품고 있는 엄마와 아이를 응원한다.

*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