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개나리...  봄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지만 동패동 심학산 언저리에서 어둠을 헤매는 유기견들에게는 굶주림과 외로움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신도시 건설로 아파트와 상업용 건물들이 속속 지어지며 야생에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살피기 위해 편의점 배달업과 가구점 일을 하며 유기견 가족 돌봄에 밤낮없이 열정을 쏟고 있는 시민 부부를 만났다.

유기견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유기견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유기견들에게 먹이주는 모습

유기견들에게 먹이주는 모습

편의점에서 식품배달을 주로 하는 교하동 김광열씨(61세)는 “지난해 최악의 겨울바람과 추위 속에서 길거리를 방황하는 유기견들과 배고픔에 지친 새끼 유기견들이 어미 똥을 먹는 장면을 목격하고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며  “2년 여 전 배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 마리 개들이 무리지어 길 옆 숲속에서 울부짓는 소리를 듣고 유기견들에게 음식 제공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기견 돌봄을 처음 시작한 부인 이순복씨(59세)는 “운정 3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공동묘지와 숲, 개울이었던 보금자리가 크레인, 굴착기 등 건설장비들과 자재운반 차량들의 각축장이 되고 오랫동안 거주하였던 원주민들이 이사하여 집에서 기르던 많은 개들이 버려져 유기견이 되었다. 버려진 개들은 갈 곳을 잃고 헤매다가 최근에는 건설현장을 벗어나 심학산 주변에서 추위를 피하고 먹을 것을 찾아 헤매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에 발 벗고 나섰다”고 귀띔했다.

길거리의 유기견

길거리의 유기견

뜬장 속의 유기견들

뜬장 속의 유기견들

건설현장의 유기견

건설현장의 유기견

현재 이들 부부는 집에서 ‘베리’와 ‘메롱이’ 2마리 유기견을 보살피고 있는 것은 물론 매일 저녁 6시 경부터 5곳의 유기견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20여 마리 유기견들에게 사료와 먹을거리, 물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리가 짧은 ‘숏다리’, 검은 색깔의 ‘검둥이’, 흰 털을 가진 ‘흰둥이’ 그리고 ‘누렁이’ 등 4마리 유기견들은 매일 저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관계없이 부인 이순복씨가 유기견들을 부르는 “호이, 호이잇, 얘들아”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모여들었으며, 부부가 준비한 음식들을 받아 먹으며 하루 한 끼로 연명하는 중이었다.
특히, 동패동 주변 녹슨 뜬장(개나 닭 등을 사육하기 위해 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이나 철조망 등으로 뚫어 오염물질들이 지면으로 떨어지도록 만든 철창)에서 지내거나 야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기견들은 사람들을 피해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이들 부부가 매일 한 포대 정도 먹이를 두고 가면 이튿날에는 밥통이 깨끗하게 비워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영업상황이 어려워 조만간 가구점을 폐점할 계획인 부인 이순복씨는 “가게를 정리하면 유기견들이 불쌍하고 개들이 좋아 유기견보호센터 등에 목욕과 배변 등 봉사활동을 계획 중이다. 유기견들에게 먹이를 줄 때 여름에는 모기떼들을 피하기 위해 모기장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겨울에는 물이 얼어 밤 새 걱정이었지만, 유기견들을 돌봄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생활이 힐링이 되고 기쁨을 얻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께서 유기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고 동물보호소, 동물자유연대 등에서 유기견들이 건강검진과 교육을 받아 입양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을 이었다.

남편 김광열씨는 “얼마전 ‘당근’이라는 소셜네트워크에 가입하여 ‘우리 부부가 유기견들에게 매일 사료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공개한 후 사료 7포대가 기부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있었다. 일부 성견은 아기 때 매어 둔 목줄이 방치되어 목줄이 살을 파고 든 것처럼 목 주변이 살이 패어 있고 건강이 위험해 보이는 모습에는 안타까운 마음뿐이다”며 “20여 마리의 유기견을 돌보는 것이 우리 부부가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정을 주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정을 우리 부부에게 주고 있어 유기견을 돌보는 일을 하루도 거를 수 없다. 유기견들을 구조하여 안전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입양이나 보다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순복
파주시 책향기로 209, 1406동 201호
010-7153-8836

* 취재 : 김종육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