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우체국 옆에 핀 산수유꽃

파주우체국 옆에 핀 산수유꽃

삼월 중순에 접어들자 파주우체국 앞뜰에 산수유가 노랗게 꽃망울을 올렸다. 처음시작할 때 봄인가 싶더니 스쳐 지나가는 차창에 비친 예쁜 꽃을 마주하니 벌써 봄이었다.    산수유꽃을 만나니 작년의 오늘이구나!
매일 바쁘게 택시를 몰다 보면 봄을 먼저 만나면서도 미처 봄을 깨닫지 못하고 스쳐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훈훈한 봄기운이 모두를 반기지만 택시기사들에게는 봄 향기가 돌아서 있다.
바쁜 와중에도 남다르게 파주의 봄을 맞이하는 택시기사가 있어 찾아 나섰다.

봉사활동 시작과 함께 새봄을 맞이하는 장북수 기사

파주 개인택시 장북수 기사

파주 개인택시 장북수 기사

파주사랑회 봉사활동에 나선 장북수 기사

파주사랑회 봉사활동에 나선 장북수 기사

파주사랑회 회장을 맡으면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장북수 기사는 겉보기에 대단한 덩치의 소유자로 위압감을 주지만, 유머러스한 말솜씨와 익살스러운 제스처로 상대방을 이내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20년 전 금촌에서 복지매장과 당구장을 운영하던 때, 개인택시를 받아 놓으면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일할 수 있어서 노후에 좋다는 지인의 권유로 사업장을 집사람에게 맡기고 택시회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큰 사고를 당했다. 무면허, 무보험 음주 운전자의 역주행 차에 받혀 반년 넘게 병원 신세를 졌다. 보상을 한 푼도 못 받은 상태에서 아내가 입원 환자를 돌보느라 사업장은 사업장대로 소홀해져 가계가 기울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퇴원한 후 택시에 사활을 걸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도 되찾게 되어 휴무일엔 틈틈이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파주사랑회 봉사활동에 나선 장북수 기사

파주사랑회 봉사활동에 나선 장북수 기사

파주사랑회

파주사랑회

이제는 자식들도 장성하여 모두 제 갈 길을 찾아갔기에 한숨을 돌린다는 장북수 기사는 “나도 부족하지만, 나보다 어렵고 부족한 남을 위해 몸을 움직여 봉사하면 힐링 되고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남들은 어렵다고 말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힘든 줄 모르고 계속하게 됩니다.
10여 년 전 봉사단체인 파주사랑회가 결성되면서 줄곧 총무 일을 도맡아 오다가, 최근 3대 회장에 선임되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매달 50여 명의 회원이 돌아가며 손길이 필요한 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녔지요. 해마다 춘삼월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기지개 켜듯이 봉사활동으로 새봄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 여파로 봉사활동이 중단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가 잡혀 우리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달려가고 싶습니다”라며 아쉬운 듯 파주의 봄을 이야기했다.

추억은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다는 서순원 기사

20년 차 베테랑 개인택시 운전자인 서순원 기사는 그동안의 인생 경험을 정리한 글을 써서 두 권의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추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중반 결혼하고 파주에서 사업을 해보려고 들어왔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택시기사를 시작한 지 어느새 20년...

“2019 내 인생의 보물 1호” 잡지에 실린 서순원 기사

“2019 내 인생의 보물 1호” 잡지에 실린 서순원 기사

파주 개인택시 서순원 기사

파주 개인택시 서순원 기사

지금도 새봄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회사택시를 몰던 신입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를 떠올리며 실소를 머금던 서순원 기사는 “아마 삼월 중순으로 기억합니다. 그날따라 새벽안개가 엄청 심했지요. 예전에 교하읍사무소 뒤쪽에 있는 마을, 지금의 하지석동으로 손님을 모시고 들어갔다 나오면서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지금이야 그곳에 집도 많이 생기고 공장과 체육공원이 들어서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때는 20여 가구가 띄엄띄엄 있는데다가 논과 밭 사이로 농로뿐이고 내비게이션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날이 밝고 안개가 걷힐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꼼짝없이 갇혔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파주가 인구도 늘고 천지개벽할 정도로 발전해서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파주 고유의 옛 정서를 점점 잃어가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서순원 기사...
 “오늘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지금의 파주를 눈과 가슴에 담고 있어요. 내가 살고, 묻힐 이 땅 파주를 추억하고, 기억의 저편에 고스란히 묻어두렵니다”라는 멋진 말을 남기며 바쁘게 핸들을 돌리면서 파주의 봄과 함께 사라졌다.

파주 개인택시 장북수 기사 (경기 58바 4439)
파주 개인택시 서순원 기사 (경기 58바 4419)

* 취재 : 김명익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