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한편에는 눈에 확 띄지만, 다소 생소한 건물이 있다. 중동에서나 봤을 법한 동그란 원형의 지붕과 첨탑이 독특하다. 가까이서 가보면 ‘Paju Masjid’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정문에는 아랍어가 멋들어지게 적혀있다. 잠깐 해외에 나온 기분이다.
이곳의 정체는 파주 마스지드, 우리가 흔히 모스크라고 알고 있는 이슬람의 사원이다. 모스크는 영미권에서 부르는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원어인 마스지드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다. 우리는 오랜 세월 왜곡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셈이다.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얼마나 많았을까?  벌써 하나씩 깨지고 있다.

다소 생소한 건물
이슬람의 사원

이슬람의 바탕은 관용과 사랑

이슬람교는 유일신을 믿는 아브라함계 종교이다. 그래서 이슬람교의 알라와 기독교의 여호와, 즉 우리가 흔히 부르는 주님은 동일한 존재를 지칭한다. 심지어 이슬람교는 구약성경과 신약의 일부도 사용한다. 같은 신을 섬기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모시는 것이다.

사무실 한편에선 무슬림 전통 복장을 한 젊은이가 나를 맞이한다. 오늘 취재를 위해 휴일 시간을 내어준 고마운 분들이다. 통역을 담당해주신 분은 ‘이무사’, 전통 복장의 청년은 ‘쟈키르’ 다. 그는 종교학을 전공한 인텔리 출신이다.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오늘 취재를 위해 휴일 시간을 내어준 고마운 분들
사무실 한편

이슬람의 기본 교리는 관용과 사랑에 있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꾸란’이란 무시무시한 대목은 실제 꾸란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때 우리는 이슬람을 마호메트교(이 역시 잘못된 표기로 무함마드로 부르는 게 맞다)라 불렀다. 무자비한 정복자인 그가 창시한 종교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예배당에 소변을 보고 이슬람을 조롱한 사람조차 벌하지 않았다. 그를 포용하고 감탄시켜 개종시킨 일화가 있을 정도다. 무자비라는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 심지어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에서 예언자일 뿐 숭배의 대상도 아니다.

이슬람에는 이둘 아드하라는 큰 행사가 있다. 여기서는 낙타나 염소처럼 큰 고기를 잡는다. 잡은 고기는 삼등분하여 가난한 사람, 친척 중 가난한 사람 순서로 나누게 된다. 오직 한 덩이만 고기 잡은 본인이 가져간다. 베풂과 나눔이 근본에 자리하고 있다.

하루 다섯번의 기도시간을 표시 해 둔 시계

하루 다섯번의 기도시간을 표시 해 둔 시계

한국어 번역 '성 꾸란'

한국어 번역 '성 꾸란'

예배의 공간 속으로

현재 교구를 맡은 이맘 ‘사이푸르’와 함께 예배당으로 이동했다. 이맘은 이슬람 예배를 주관하는 사람을 칭한다. 성직자라기엔 조금 독특한데 가톨릭처럼 윗선에서 교구에 내려보내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학식이 있고 사람들의 추대가 있다면 누구나 이맘이 될 수 있다.
널찍한 예배당에는 해외여행 중 종종 만났던 미흐랍이 눈에 띈다. 미흐랍은 이맘이 설교하는 장소다. 정중앙이 아닌 모서리에 삐딱하게 만들어져있다. 왜 저렇게 삐딱하지? 이유가 있다. 미흐랍은 메카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하루에 5번 기도를 올리는 무슬림들을 위해 예배당에는 다섯 번의 시간을 표시해 둔 시계가 놓여있다. 시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절기에 맞춰 변경된다.
정중앙에 족자 같은 것이 눈에 띈다. 아랍어로 뭔가 빼곡히 적혀있다. 배치의 느낌이 우리네 불교의 여래도와 닮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족자는 유일신 알라를 부르는 이름들을 적어둔 것이라 한다. 특이하게 이슬람교에는 유일신을 부르는 명칭이 99가지 존재한다. 그림이나 문자냐의 차이일 뿐 고귀한 존재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2000년 처음 개원한 파주 마스지드는 처음 1층짜리 작은 예배소였다. 현재 증축을 하여 2층에서 쾌적한 예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신도들의 모금으로 지어진 이곳은 그래서 파주지역 무슬림들에게 더 특별하다.

간판
예배소
성꾸란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다

무슬림은 하루 5번 기도를 한다. 기도를 드리기 전에 온몸을 깨끗이 하는 일은 이슬람의 전통이다. 얼굴부터 발까지 3번을 씻고 머리를 한번 만진 후에야 기도를 드릴 수 있다. 방역의 필수조건인 손 씻기를 하루 5번 이상씩 시행하는 셈이다.
현재는 집합 금지로 예배당 안에서 예배는 하지 않고 있다. 무슬림은 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본다. 특이하게 바닥에 자리를 표시한 자국들이 있다. 지정석 같은 개념인가? 나의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아니요. 이 표시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위해 개인 간 거리를 띄워놓은 거예요.’
실내 여기저기에도 소독용 젤과 마스크 그리고 방역수칙 포스터가 비치되어 있다. 외국인 노동자발 집단감염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 마스지드를 둘러보니 체계적으로 철저히 방역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 좋아요

취재 중 차별이나 한국 생활의 힘든 점이 있냐는 물음에 통역인 ‘이무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한국은 종교적 차별이 없는 평등한 나라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공공기관에서도 친절하게 상담해줍니다.’

외국인 노동자, 무슬림, 낯선 외모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파주의 무슬림들은 그저 순박하고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었다.
‘앗 살라무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는 그들의 인사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이슬람 파주성원
주 소 :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통일로620번길 89-52
전 화 : 031-946-2110
이슬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합니다.

취재 : 박수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