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간장게장만 밥도둑이다: ‘전통 게장 담그기’ 지키기와 지원
예전엔 참게매운탕을 먹으면서 밑반찬으로 맛본 간장게장의 맛을 잊지 못해서 간장게장을 한 보따리씩 사들고 갔다.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파주 사람들도. 요즘엔 그런 풍경을 대하기 어렵다.
도둑 중에 사람들에게 이의 없이 받들리고 사랑까지 받는 도둑이 있다. 바로 ‘밥도둑’이다. 밥도둑 하면 곧장 게장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간장게장 쪽이다. 간장게장을 올바르게 담그는 법은 이렇다(꽃게나 참게 모두 같다): 게를 깨끗이 갈무리한 후, 살아 있는 상태에서 달인 간장을 붓는다. 이때 무·마늘·대파·대추·생강과 말린 고추씨 등을 함께 넣는다. 사흘쯤 지나면 게를 건져내고 간장을 두세 시간 달여 식힌 뒤 다시 게에 부어 사흘가량 더 숙성시킨다. 이렇게 장을 달여 숙성시키기를 두세 차례 하면 참게장이 완성된다. 간단하다!
20여 년 전, 간장꽃게장의 문제점이 KBS에서 집중 조명된 적이 있다. 문제의 근원은 꽃게 위에 간장을 한 번만 붓고 손님상에 내놓는다는 것이었는데, 업소 주인들의 변명은 한결같았다: 여러 번 달여 숙성시키면 게장이 짜져서 손님들이 싫어한다.
그런 변명은 조리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게장을 담글 때 귀찮게시리 간장을 왜 3~4회 달여 부어야 할까. 아래는 식품기사 자격증 시험 과목 중 하나인 식품위생학에서 나온 문제다.
- 간장을 달이는 주요 목적이 아닌 것은?
①간장의 짠맛 부여 ②색 및 저장성 부여 ③미생물의 살균 ④효소의 파괴
④번이 답으로, 나머지 세 가지 목적으로 간장을 달여 붓는다. 게장은 생물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만 부어서는 게 속의 수분들이 빠져나와 싱거워지고, 간장 색도 흐려질 뿐만 아니라 게 속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기생충(참게는 폐디스토마의 중간숙주다)도 그대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간장을 달여 붓기를 여러 번 한다. 그리해야 제맛이 난다.
[참고: 꽃게의 아가미 속에서 꼬물거리는 바람에 한때 반품 소동까지 벌였던 그것은 기생충이 아니라 ‘옥토라스미스(게속살이)’라고 불리는 부착생물이다.]
파주의 참게 간장게장은 한 가지 더 특별히 신경 쓰는 절차가 있다. ‘축양(畜養)’이다. 잡은 뒤 바로 장을 담그지 않고 1주일 ~ 보름간 큰 수조에 참게를 넣고 민물고기 같은 먹이를 줘 살과 영양분이 통통하게 오르도록 하면서 흙냄새[해감]를 없애는 과정을 거친다. 임금님 진상품으로 전국 최고의 맛이라는 평을 듣게 된 근본 원인이기도 한데, 임금님용은 축양 기간 쇠고기를 먹였다고 전해진다.
요즘 나오는 참게 간장게장 중에는 축양을 건너뛰거나 간장을 한 번만 붓는 사이비 제품들, 있다. 그런 걸 먹으면 입에서 대뜸 거부한다. 게살 맛이 역겨울 정도로 비릿해서다. 더구나, 참게는 폐디스토마의 중간숙주다. 기생충 전문가 서민 교수에 의하면 간장에 15일 정도는 담겨야 안전하다. 일부의 얄팍한 상혼이 오래 지켜온 명성에 먹칠을 해대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지역 소비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 파주 참게의 매출액을 끌어내리는 자살골이기도 하다. 두지리 인근만 해도 IMF 환란 전에는 100여 곳이나 되던 것이 그 1/3만 남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파주 전체에 퍼져 있는 개별 업주의 자성(自省)과 공동체로서의 자정 노력은 계속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번 달여 부어도 게장이 짜지지 않는 법이 있다. 숙성 기간이 지난 후에는 간장을 빼내어 따로 보관했다가 먹을 때 부어 내놓으면 된다. 게장은 오래 되면 속살들이 녹아나오므로 간장을 빼내어 따로 보관하는데, 그리하면 일석이조가 된다. 그 정도를 모르는 업주들은 없다.
장사가 안 돼서 속 터지는 업주들만 몰아세워서도 안 된다. 생계 문제는 생사 문제다. 농수산부에는 우리 농수산물을 이용한 전통 식품 조리법을 등록하면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다. 능동적으로 해당 부서와 접촉하여, 축양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파주 참게의 간장게장 조리법을 등록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길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