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한창인 유월 중순, ‘눈꽃마을’로 불리는 파주시 법원읍 직천리를 찾았다.

눈꽃마을 직천리 표지석

[눈꽃마을 직천리 표지석]

눌노천에 핀 야생화

[눌노천에 핀 야생화]

직천2리 마을회관은 코로나19로 폐쇄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혀있었다. 이때 여러 무리의 승용차가 잇따라 다리를 급하게 건너 선다. 그곳은 젊은 부부가 점심시간만 반짝하고 닫는다는 두부 맛집이었다. 주된 메뉴인 들기름에 구운 모두부와 순두부로 정갈한 한상이 차려졌다.

두부 맛집 상차림

[두부 맛집 상차림]

정말 12시가 조금 넘어 준비한 두부가 다 떨어지자 손님들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다. 맛난 점심을 먹고 오늘의 목적지, 만월로 675번길로 차를 몰았다. 초입은 혼란스러웠지만, 좁고 곧은길로 들어서자 이내 다른 세상으로 이방인을 반긴다. 돌 틈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개성대로 멋을 부린 집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돌 틈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돌 틈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도로 끝까지 오르자 생뚱맞게 숲 사이로 눈을 부릅뜬 로마 병정이 보인다.

눈을 부릅뜬 로마 병정

저 멀리 비학산을 배경으로 언덕 한편에 돌을 쌓아 만든 어머니 샘 약수터가 눈에 들어온다. 급한 마음에 달려가 두 손을 모으고 샘물을 받아마셨다. 시원하게 목젖을 적시는 약수가 더위를 한풀 꺾어놓는다.

어머니 샘 약수터 전경

[어머니 샘 약수터 전경]

천천히 목을 돌려가며 약수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린양을 돌보는 예수상, 약수터 뒤로는 보살상과 석탑이 서 있다. 여기서 만큼은 서로 다른 종교가 사이좋게 화합한 모양새이다. 옆에 사는 청년의 말로는 옛날 이곳에 고시원이 있었다고 한다. 혹시 고시생들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조형물은 아니었는지 당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올라온 길을 되돌려 이 길의 주인공 흙집을 찾았다. 집 안팎으로 안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여기저기에 묻어나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흙집
흙집 전경 사진들

[흙집 전경 사진들]

흙집 근경

[흙집 근경]

흙집 내부 모습

[흙집 내부 모습]

흙집의 바깥주인 김태오 씨는 “2년에 걸쳐 내 손으로 직접 지었습니다. 황토로 60센티 두께의 벽을 쌓으며 중간 중간에 통나무를 짧게 잘라 겹쳐 끼워 넣어 흙벽을 보강하며 나름대로 멋도 부렸죠. 세월이 지나면 흙벽이 마르면서 금이 가고 틈새가 생기는데 굳이 보수는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벽 두께가 두꺼워 충분히 견뎌내기 때문입니다. 실내 흙 벽면에는 우뭇가사리를 녹여 발라 코팅을 해줍니다. 따라서 벽지 도배를 하지 않아도 흙가루가 떨어지지 않지요. 지금 느끼시는 바와 같이 밖은 아무리 더워도 실내는 시원합니다. 흙집은 두 채로 부모님이 함께 살다가 떠나셔서 한 채를 사랑채로 만들었더니 동문 가족들이 알고 찾아와 조용하게 힐링하며 묵어가곤 합니다.” 농장일로 한창 바쁘다면서, 김태오 씨는 천천히 둘러보고 가라며 이내 자리를 뜬다.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흙집을 빠져나왔다.

이어서 초입에 자리한 그랜드승마장&아이랜드 체험장을 찾았다. 인사를 나눈 목성균 이사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6월 초에 이곳에서 촬영한 TV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 힘들겠지만, 여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구책으로 체험비용을 낮추고 나름대로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는데 56번 지방도가 완공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우리 승마장은 유아들이 타는 미니어처 호스부터 큰 말까지 30필의 말이 있습니다.” 목 이사장과 함께 승마장을 둘러보았다. 말들이 기거하는 마사부터 찾았다. 각각의 마방에는 이름, 성별, 나이 등을 알리는 명찰이 붙어있다. 목 이사장은 “말의 수명은 보통 25년 정도 되는데, 이 회색 암말은 5살로 사람 나이로는 20살 정도 됩니다. 현재 임신한 상태인데 말들의 가임기간은 11개월입니다. 이 회색 말이 늙으면 멋진 백마가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마는 처음부터 흰말이 아니고 회색 말의 늙은 모습입니다. 백마는 늙은 말로 경주용은 힘들고 멋지게 보여주는 의장용이나 일반 승마용으로 애용됩니다”라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말들에 대해 설명 중인 목성균 이사장

[말들에 대해 설명 중인 목성균 이사장]

마사를 빠져나와 말을 타고 균형 감각을 익히는 원형 마장과 모래가 깔린 실내 마장을 둘러보았다. 이어서 숙달된 조교로부터 안전교육을 받고 보호장구를 착용했다. 원형 마장을 수차례 돌면서 균형 감각을 익히고, 승마장 옆으로 흐르는 눌노천 길을 따라 말을 타는 외승체험을 해보았다.

말을 타려고 준비 중인 기자

[말을 타려고 준비 중인 기자]

우리는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모처럼의 나들이는 정보 부족으로 누구나 아는 장소를 또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주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먹거리, 볼거리, 체험거리가 의외로 많다. 요즘 코로나19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일반화되어 마스크를 쓰더라도 인파가 붐비는 곳은 가기가 꺼려진다. 가족끼리 비교적 한적한 만월로 675번길을 따라 걸으면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누려봄은 어떨까?

취재: 김명익 시민기자

□ 그랜드 승마장 & 아이랜드 체험장

○ 승마체험, 쿠킹체험, 계절체험 등 다양한 문화체험 가능. 사전예약제.
○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 월요일 휴무
○ 주소: 파주시 법원읍 만월로 675번길 90
○ 문의: 031-958-0103
○ 찾아가는 길(자동차)
- 금촌 출발 → 56번 도로 광탄, 법원 방향 → 오현 교차로 갈곡리, 오현리 방향 진입 → 정말 교차로, 오현리 방향 → 전곡, 적성 방향 → 만월로 675번길 진입
- 문산출발 → 여우고개사거리, 적성, 전곡 방향 → 두포교차로, 법원읍 방향 → 전곡, 적성 방향 → 양주, 직천리 방향 → 만월로 675번길 진입
○ SNS
- 블로그: https://blog.naver.com/ioioio0103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randhorse_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