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중앙도서관에서 22일 오후 2시부터 ‘SF 김승옥 북콘서트’가 열렸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현장 참여자는 최소로 하고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진행했다. 행사는 도서관 상주 작가 프로그램 마무리로 파주 출신 박생강 작가 사회로 이어갔다.

박생강 작가와 김학찬 작가

박생강 작가와 김학찬 작가

김승옥 작가는 1941년 12월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 1945년 귀국하여 전남 순천에서 성장했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샘터사 편집장을 거쳐 세종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뇌졸중으로 투병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향 순천에 ‘김승옥문학관’이 건립, 매년 ‘김승옥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문학뿐 아니라 영화에도 조예가 깊어, <장군의 수염>으로 제7회 대종상 각본상을 받았다.

김 작가는 소설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무진기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0년에는 SF 소설 <50년 후, 디파이 나인 기자의 어느 날>을 발표했다. 이미 50년 전에 지금의 영상 통화 장면을 묘사할 정도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 이번 행사는 후배 작가들이 그를 오마주 형식으로 sf 김승옥을 "sf 김승옥"으로 묶어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박생강 작가는 여기에 <로그아웃 월드>라는 소설을 실었다. 내용은 파주 DMZ 인근에 만들어진 파주국제도시가 배경으로 자율주행차량 귀요미가 돌아다니고 있다.

김승옥 선생을 연구한 후배 김학찬 작가

김승옥 선생을 연구한 후배 김학찬 작가

1부에서는 대학원에서 김승옥 작가를 연구한 김학찬 작가와 박 작가의 대담이 있었다. 박 작가는 대학에 들어갔더니 선배들이 제일 먼저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이나 <서울, 1964년 겨울> 필사를 권했다고 한다. 선배들은 그의 작품 중 <차나 한잔>, <염소는 힘이 세다>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다. 김학찬 작가는 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2011년 <김승옥 소설의 화자 연구 : 청년 화자 '나'와 그 교육적 가치>라는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2070년까지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100년의 통찰을 한 김승옥 작가의 작품과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김훈 작가가 그의 아버지가 친구들과 한 얘기도 전해줬다. “야, 이놈 문장 좀 봐라, 이게 도대체 인간이냐?” 김승옥 작가를 두고 한 말이다.

필담하고 있는 김승옥 작가

필담하고 있는 김승옥 작가

김승옥 작가가 쓴 필담 내용이 스크린에 비춰진 모습

김승옥 작가가 쓴 필담 내용이 스크린에 비춰진 모습

2부에서는 2003년 뇌졸중으로 말을 잃은 김승옥 작가와 필담으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제10회 동서문학상 수상자이자 <소설 부산>을 쓴 김경희 후배 작가가 옆에서 도왔다. 후배 김 작가는 김승옥 선생은 한 마디로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 했다.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분이지만 항상 즐겁게 지낸다고 한다. 대담은 말을 못 하는 김승옥 작가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어갔다. 김승옥 작가가 아이패드에 글을 쓰면, 화면에 비춰졌다.

<무진기행>에서 무진은 어디인지 묻는 말에 “서울, 광주, 부산, 대구, 순천, 원주, 평양”이라고 썼다. 어디나 무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생은 이미 초등학교 4학년 때 김동인의 <감자>를 각색한 소설을 쓴 일화도 전했다. 파주와의 인연은 1990년대 중후반 일산에 살면서 임진강 언저리 나들이를 자주 했다고 한다.

고양에서 강연을 들으러 온 전미화 씨는 “무진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김승옥 작가님과의 시간이 행복했습니다.”라고 했다
운정에서 온 정하영 씨는 “사는 게 항상 즐겁고 재미없었던 적이 없었다고 하시는 작가님의 열정적인 삶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후배 작가들에게 '특갈비탕'을 사주기도 하면서, 언제나 존댓말을 하신다는 김승옥 작가님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2021년에 영화가 나온다고 하니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조용히 기다리고 싶다”며 기대를 전했다.

김승옥 작가가 파주 시민들에게 남긴 글

김승옥 작가가 파주 시민들에게 남긴 글

마침 23일은 선생의 생신이라 참가자들과 함께 축하를 했다. 김승옥 작가는 파주 시민들에게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미래 서울-파주-평양 좋습니다!!”라며 서울, 파주, 평양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했다. 김 작가의 바람처럼 되기를 소망한다.

*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