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는 지난 10월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행한 <경기도 First 정책 공모>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운정호수공원의 종합 환경 개선 사업인데, 부상으로 특별교부금 100억 원이 지원된다. 개발 당시 획일적이고 특색 없는 공간으로 조성된 운정호수공원[이하 ‘공원’으로 약칭]에 대해서, 지역 주민의 개선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친수 공간 만들기다.

공원의 대표적 상징물 중 하나가 황조롱이 조각상이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8호로서, 도시의 건물에서도 번식하는 드문 텃새다. 그러다 보니 많이 다치기도 하는데, 우리 파주에서도 광탄과 교하 등에서 여러 건의 구조 사례가 있었다. 사진 속의 황조롱이 머리 부분을 자세히 보면 배설물들이 있고 풀이 나 있다. 뒤에 나올 흰뺨검둥오리들의 쉼터라서다.

황조롱이 대형 조각(철골 콘크리트 작품)

황조롱이 대형 조각(철골 콘크리트 작품)

공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흰뺨검둥오리다. 흔히 대하는 청둥오리나 가창오리들은 모두 철새인데, 이 녀석만 텃새다. 겨울 철새의 대표적 존재인 가창오리는 장릉(탄현) 근처의 논에서 떼를 지어 있는 모습을 종종 대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의 모성애는 유명하다. 어린 새끼들을 물가로 데려가기 위해, 도로를 가로질러 이끌고 가는 장면이 뉴스가 되어 화면을 장식한 적도 있다. 먹이활동에서도 늘 새끼들을 데리고 함께한다. 다 자랄 때까지 챙긴다.

텃새이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아서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놀라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좋은 자연 친화 학습 대상이기도 하다. 공원에는 조류관찰실도 있어서,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성애로 압축되는 정이 많은 이들은 잘 품어 안는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고릴라를 어릴 때부터 품어 안고 키운 침팬지 사례도 있었다.

흰뺨검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어린이가 흰뺨검둥오리 사진을 찍고 있다.

어린이가 흰뺨검둥오리 사진을 찍고 있다.

공원에서는 이따금 백로도 볼 수 있다. 백로는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등을 아우르는 총칭인데,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건 주로 중대백로다. 발가락이 노란색인 쇠백로와는 달리 까만색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파주는 우리나라에서 부리가 노랑인 황로를 포함하여 가장 많은 백로류를 대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철새라서 추운 계절에는 우리나라를 떠난다.

겉으로는 희고 깨끗하게 보이는 이 백로를 두고 '까마귀 디디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로 시작되는 시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백로가 더러운 데를 잘만 간다. 진흙으로 된 논바닥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2~3급수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가서 물고기와 양서류 등을 잡아먹는다. 너무 맑은 물에는 먹이인 물고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건 너뿐인가 하노라’(조선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직(李稷)의 시조 종장)란 시구와도 들어맞는다. 그 오랜 지적이 오늘날에도 유효할 때, 우리는 무척 씁쓸해진다.

백로

백로

꿩의 수컷, 장끼

꿩의 수컷, 장끼

공원에서는 꿩도 볼 수 있다. 그것도 깃이 무척 아름다운 장끼(수컷)다. 인근 동산이 주거지인지 1년 내내 공원으로 나온다. 며칠 전에는 흰뺨검둥오리 떼 속에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카메라를 안 갖고 나가 아쉬웠다).

꿩은 수컷과 암컷의 명칭이 각각 ‘장끼’와 ‘까투리’다. 그리고 고급 관련어로 ‘꺼병이’와 ‘열쭝이’도 있다. ‘꺼이’는 꿩의 어린 새끼를 이르는데, 흔히 ‘꺼벙이’로 잘못 알고 있을 때가 있다. ‘꺼벙이’는 ‘성격이 야무지지 못하고 조금 모자란 듯한 사람’을 낮잡는 말이다. ‘열쭝이’는 겨우 날기 시작한 어린 새를 뜻하는데, 흔히 잘 자라지 아니하는 병아리를 이른다.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의 비유어로도 쓰인다. 꺼병이는 꺼벙이가 아니다. 제대로 자라면 멋진 장끼도 된다. 사람도 겁이 많아 나약해지면 열쭝이가 될 수 있다.

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직박구리

직박구리

장끼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운이 좋으면 이따금 대할 수 있는 이쁜 녀석으로는 오색딱따구리도 있다. 녀석이 노는 곳에서는 나무 줄기를 쪼아대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리기 때문에 소리 나는 곳을 잘 둘러보면 있다. 딱따구리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공원 좌우의 나지막한 동산에서도 가끔 대할 수 있다. 맑은 날에 녀석을 대하면, 맷집은 아주 작지만 쏘는 듯이 아름다운 그 색깔 앞에서 마음 빗질이 저절로 이뤄지게도 된다. 작은 존재지만, 유용함이 빛나는 것들은 우리 삶 어디에고 있다. 눈길을 주어야 비로소 눈에 띄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오색딱따구리와는 달리 하대받는 녀석도 있다. 색깔도 어두운 편이지만 짖어대는 소리가 좋지 않아 환영받지 못하는 새, 직박구리가 그 녀석이다. 찌익찍 하는 고음이 귀에 거슬려서다. 녀석의 이름 ‘직박’도 그런 하대어에서 나왔다. 마구 (듣기 싫게) 짖어대는 걸 뜻한다. 녀석은 우리의 주변 환경이 좋아진 탓에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예전의 포장마차 등에서 ‘참새구이’가 주메뉴로 오르던 시절에는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요즘엔 인근 숲속은 물론 주택가 근처에도 수시로 출몰한다. 재작년에는 기자의 집 베란다 앞 나무에서 알을 낳아 부화한 적도 있었다.

물과 땅을 오가는 양서류 중 맹꽁이가 있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개체 수가 감소하여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돼 있다. 운정신도시 3지구에 이 맹꽁이 서식지가 있어서, 이를 보존하고자 공사를 하면서 새로운 서식지를 물색하여 옮긴 곳이 바로 이 공원 안이다.

맹꽁이

맹꽁이

 공원 안의 맹꽁이 보호 서식지

공원 안의 맹꽁이 보호 서식지

이처럼 적극 보호 대상이 있는가 하면, 반갑지 않은 불청객도 있다. 애완용으로 기르던 것을 방사하여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붉은귀거북도 그중 하나다. 미국 원산으로 값이 싸서 방생용으로 대량 수입하면서 우리나라 호소에서 무단(?) 번식 중인데, 공원에서도 큰 놈 한 마리가 자주 출몰하고 있다.

올 때는 아름다운 색이었는데, 추레해진 것도 있다. 이름도 멋진 비단잉어들이 그것. 공원에는 아주 많은 녀석들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 탈색/변색되어 시커먼 색이 되었다. 전용 사료를 공급하기 어려운 환경 탓이라고나 할까.

비단잉어는 일본인들이 집안 내 연못에서 기르던 잉어 중 형질이 우수한 것들을 골라 꾸준히, 수백 년에 걸쳐 교배를 통해 품질 개량을 하여 인공적으로 육성한 신품종의 총칭이다. 그 형질을 유지하려면 전용 사료를 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본래의 칙칙한 색으로 돌아간다. 서울의 창경궁이나 경복궁 등의 연못에 있는 잉어는 원래 비단잉어였는데, 관리 안 한 지 수십 년이 되어 지금은 거무죽죽한 모습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한 정황은 공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비파크 앞 정자 주변에 비단잉어들이 가장 많이 떼 지어 산다. 예전에는 과자 등을 주지 말라는 팻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이미 비단잉어들의 탈색(?)이 완료된 상태라서다.

칙칙한 색으로 돌아간 비단잉어들

칙칙한 색으로 돌아간 비단잉어들

유비파크 앞의 정자

유비파크 앞의 정자

위에서 다룬 것들을 공원에서 주로 쉽게 볼 수 있는 곳들을 지도에 표기하면 다음과 같다.

1.꿩 2.백로 3.흰뺨검둥오리 4.오색딱따구리 5.맹꽁이 서식지 6.비단잉어 7.붉은귀거북

1.꿩 2.백로 3.흰뺨검둥오리 4.오색딱따구리 5.맹꽁이 서식지 6.비단잉어 7.붉은귀거북

우리 삶의 주변에는 언제 어디서고 눈여겨보면 볼수록 의미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답은 가까이에 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보면 새삼 알게 되는 것들도 많다. 사람 사이에서도 ‘삼인행이면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셋이 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공자)’라 했다. 백로 앞에서도 의미 심장한 두 수의 시조가 지어져, 후대에까지 가르침으로 울리고 있다. 꿩 하나에서도, 꺼병이라 해서 다 열쭝이로 몰리지 않을 수 있고, 짐작으로만 몰아대서도 안 된다는 걸 떠올리게 된다. 오색딱따구리의 아름다운 깃은 작은 것들의 큰 베품일 수도 있다. 늘 소리지르기를 하면 쉽게 미운털이 박히는 건 기본이다. 직박구리는 조금 억울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아야 껴안는다. 그런 포용력은 정(情)이, 애정이 그 모태다. 모성애가 지극한 것들은 동물들조차도 인간의 스승이 된다. ‘짐승만도 못한 놈(인간)’이란 말은 굳이 번역(해설)이 필요 없는 말이다.

* 취재 :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