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12월 10일,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파주시중앙도서관에서 ‘파주기록학교’가 열렸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30여 명이 함께했다.

윤명희 파주시중앙도서관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파주시는 민간기록물 수집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와 시행규칙을 통해 기록물 수집 활동의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기록학교는 시민이 기록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교육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파주시 기록 수집의 의미와 방향을 이해하고 기록 활동의 주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이번 기록학교는 교하·운정 지역 기록화 작업을 함께 수행할 시민활동가 양성을 목적으로 합니다"라고 개설 취지를 밝혔다.

인사말을 하는 윤명희 파주시중앙도서관 관장

인사말을 하는 윤명희 파주시중앙도서관 관장

강의는 7회에 걸쳐 진행됐다. 내용은 마을 아카이브의 의의와 방법, 시민이 기록하는 마을 아카이브, 교하·운정 지역 이해하기, 아카이브 기반 기획하기, 아카이브를 위한 인터뷰 기술, 아카이브와 사진, 아카이브를 위한 리서치였다.

전미정·박소진 대표(메모리플랜트)는 기록은 증거와 기억이 함께하는 것으로, 과거로부터 전달된 기록과 재현으로서의 기록이 있다고 했다. 또 아카이브는 기록이자 장소라고 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아카이브는 사회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개인이 역사적 존재로 개인적 삶이 역사임을 일깨웠다.

이영남 교수(한신대)는 마을에 아카이브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를 민주주의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충남 홍성의 홍동허스토리를 소개했다. 아카이브라는 말에 이끌린 한 여성이 진행하고 있는 풀무학교, 고등학교 기록 수업, 마을기록학교 양성 과정, 마을기록학교, 마실통신 운영 사례를 들려줬다.

이윤희 소장(파주지역문화연구소)은 교하는 신라 경덕왕 때 지어진 지명으로 1264년의 역사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예로부터 수량이 풍부하고 지형이 평탄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곳으로, 한반도 최초의 인류인 선사인들의 거주지였음이 밝혀진 사실도 전했다. 조선 시대 교하는 지금의 금촌동, 운정1~3동, 교하동, 탄현면, 조리읍 등원리를 포함한 넓은 지역이었음을 알려 줬다. 또 교하에는 한북정맥의 끝인 장명산이 자리 잡고 있고, 조선 중기 광해군 때 수도를 교하로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을 정도로 명당이라 했다.

교하(운정) 지역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이윤희 파주지역문화연구소 소장

교하(운정) 지역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이윤희 파주지역문화연구소 소장

인터뷰 기술 강의를 하는 황선우 작가

인터뷰 기술 강의를 하는 황선우 작가

아카이브를 위한 인터뷰 기술 강의에서 황선우 작가는 인터뷰는 조각하는 것과 같다며 기획, 섭외, 인터뷰, 사진, 녹취 등의 과정을 전했다. 인터뷰이에게 기획 의도를 간단히 말한 후, 메일로 소속과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저서 등 자기소개를 자세히 할 것, 인터뷰가 사용되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것, 일정 등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팁도 알려 줬다. 또 인터뷰이에 관한 사전 조사, 새로운 질문 준비, 편안한 분위기 조성, 신뢰 형성, 시간 배분, 적절한 긴장 유지 등도 고려하라고 했다.

강의를 수강한 이성자 씨는 “아이가 어릴 적에 선생님이 매주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보내 주셨다. 선생님께 왜 그렇게 매번 사진을 찍어 주시는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눈과 기억은 아름다운 것들을 담기엔 너무나 작고 짧지 않으냐, 언젠가 지워지고 무뎌질지도 모르는 순간을 남겨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기록학교를 들으며 이 일화가 떠올랐다. 기록학교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한 너무나 뜻깊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수강 소감을 전했다.

최유연 씨는 “강의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왜 여기 왔는지?’ 수강생들에게 질문하셨다. 나는 ‘미술관 운영에 어떻게 연결·적용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고 했다. 여러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 넓고 깊게 연구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록학교 강의는 외적인 분야를 파악하는 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수업이었고, 나에게는 내적인 울림을 주는 계기까지 있었던 수업이었다”고 했다.

수료증을 받고 있는 참가자

수료증을 받고 있는 참가자

기록학교 수료를 기념하는 참가자들

기록학교 수료를 기념하는 참가자들

강의 마지막 날은 수강생들에게 전문 마을 기록 활동가 양성을 위한 ‘파주기록학교’ 수료증도 수여됐다. 내년 초에 수료생 중 인터뷰를 통해 교하·운정 지역을 기록할 활동가를 선발할 예정이다. “가목표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진목표에 도움이 되었다. 값진 강의가 앞으로도 있기를 바란다(최유연)”는 수강생의 바람처럼, 앞으로도 좋은 강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그 과정을 통해 양성된 마을 기록 활동가들에 의해 파주가 의미 있게 기록되어 후대에 남겨지길 기대한다.

*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