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12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파주시중앙도서관에서 ‘파주 DMZ·판문점·JSA 여행학교’가 열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강사 10여 명과 참가자 20여 명이 함께했다.  파주시중앙도서관은 파주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보관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기록팀을 만들었고, 관련 활동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여행학교 프로그램의 개설 취지를 밝히는 윤명희 관장

참가자들에게 여행학교 프로그램의 개설 취지를 밝히는 윤명희 관장

여행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중인 이동미 교장

여행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중인 이동미 교장

10월 8일 첫 강의 때 윤명희 관장은 “시민들이 직접 분단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만나고 체험하면서 느끼는 일상의 기록을 써나가기를 바란다. 그렇게 시민들의 앎과 체험이 기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도서관이 함께하려고 한다”며 개설 취지를 밝혔다.

이동미 여행학교 교장은 “여행학교는 ‘파주’, ‘DMZ’, ‘판문점’, ‘JSA’를 ‘기록화’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기록은 ‘글’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포함한다. 겸재 정선이나 김홍도가 남긴 그림이 글에 버금가는 중요한 자료인 것처럼, ‘사진’과 ‘드로잉’이라는 이미지 형태로도 기록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사진 촬영 강의를 하는 김경아 강사

참가자들에게 사진 촬영 강의를 하는 김경아 강사

참가자들에게 드로잉 지도를 하는 베레카 강사

참가자들에게 드로잉 지도를 하는 베레카 강사

여행학교 프로그램은 여행 글쓰기, 모닝페이지 쓰기, 사진 촬영, 드로잉 작법, DMZ·판문점·JSA의 의미와 역사성, 출판 등에 관한 강연과 더불어, 민간인 통제선, 임진각 평화누리, 임진강 생태탐방로 견학 등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민간인 통제선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각자 시선이 머무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고 드로잉을 했다. 또 두 편의 글을 썼다. 김경아 사진 작가와 베레카 드로잉 작가의 지도와 이시목 글쓰기 전문 강사의 첨삭 지도가 있었다. 글에는 파주 사랑, 실향민의 아픔, 이산가족의 가족사, DMZ의 역사성, 경계에 실은 소망,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더 나아가 평화 통일의 필요성 등을 담았다. 이를 김남기(소동출판사) 대표의 수정, 퇴고의 지도를 받아 책으로 묶어 낸다.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는 김유니나 씨는 “내가 사는 파주에 대한 나의 무지를 자각하고, 알아 가려는 노력으로 여행학교에 입학했다. 수업을 거듭할수록 시나브로 진정한 파주 시민이 되어 가는 중이다. 타 지역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파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한다.

민간인 통제선 견학은 현지에 사는 이재석 작가의 안내로 도라산 전망대, 도라산역, 통일촌, 덕진산성, 허준 묘, 해마루촌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이루어졌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손에 잡힐 듯한 개성과 송악산 등을 바라보았고, 도라산역에서는 문익환 목사의 “평양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는 외침을 들었다.

덕진산성에서는 발굴에 참여했던 신민경 학예사로부터 발굴 과정과 역사적 의미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도라산역에 새겨진 문익환 선생 시 ‘평양가는 열차표를 내놓으라고’

도라산역에 새겨진 문익환 선생 시 ‘평양가는 열차표를 내놓으라고’

도라산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는 참가자들

도라산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는 참가자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참가자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참가자들

금지된 땅이었기에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는 임진강 생태탐방로를 걷던 날은, 여행학교 유소정 매니저의 단소 연주가 참가자들의 여정에 힘을 더해 주었다. 주말을 제외하고 35일 동안 매일 쓰는 모닝페이지 쓰기는 김재용 작가의 격려로 마지막까지 쓴 참가자들도 있었다. 완주자들은 김 작가의 저서를 선물받았다.

모닝페이지 쓰기를 완주한 김영길 씨는 “프로그램 중 모닝페이지 쓰기도 있었다. 글을 가끔 쓰고 있었으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1차, 2차, 3차, 4차 도전을 계속했고 완주했다. 이제는 아침에 자동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행학교를 마무리하며 이 교장은 “세계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은 판문점이 67년 만에 주소를 회복했다. 이제 판문점은 파주 시민의 것이다. 3·8선과 휴전선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어졌지만, 그 아픔이 아물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시민들의 파주에 대한 애정, 글쓰기에 대한 욕구, 인문학적 탐구의 깊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여행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은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으로 후대가 문명을 발달시켜 왔기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오는 12월 17일에 파주시중앙도서관에서 출판 기념회, 사진전, 드로잉 전시가 있을 예정이다. 파주의 과거, 현재, 미래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궁금하다.

*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