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중학교 전경

[운정중학교 전경]

파주시 야당동 한빛마을(운정3동)에 새로 생긴 운정중학교는 지난 3월 1일 개교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왔다. 6월 3일부터 시행될 전면 등교수업을 앞두고 준비에 분주한 이윤영 교장을 만났다.

“해솔중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3월 1일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3개월이 다돼가건만, 아직 학생들과 상견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학생, 학부모의 설문조사에서 우리 학교 온라인 강의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입니다.” 서글서글한 얼굴에 확신에 찬 눈빛이 인상적인 이윤영 교장의 첫마디에는 열의가 넘쳤다.

인터뷰 중인 운정중학교 이윤영 교장

[인터뷰 중인 운정중학교 이윤영 교장]

“우리 학교 교훈은 배움, 소통, 성장입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존엄성과 소질과 꿈을 존중하고, 학생 스스로가 삶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자율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운정중학교 교육 비전 / 운정중학교 제공

[운정중학교 교육 비전 / 운정중학교 제공]

이윤영 교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힘주어 강조했다.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은 남을 이기는 방법이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교육평준화는 바람직한 제도입니다.”

기자가 한마디 끼어들었다. “평준화란 똑같은 바보 만들자는 것 아닌가요.”

“경쟁을 통해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모아 놓으면 우수한 학생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평준화가 이루어진 곳에서는 우수한 학생이 쉽게 눈에 띕니다. 그럴 때 우수한 학생의 진로를 열어주는 별도의 맞춤식 교육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좋은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윤영 교장은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골수 교육자란다. “아버님도 교사였습니다. 친척들도 여러 분이 교직에 계셨는데, 제가 교직을 선택했을 때 한 분이 해줬던 충고가 있었습니다. 어느 학교를 가던 소사(사환)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학교생활을 유연하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운정중학교 전경

[운정중학교 전경]

기자가 사는 곳이 운정중학교를 품고 있는 한빛마을 8단지이기에 궁금했던 걸 물었다. “하루에 한두 번씩, 학교 옆 산책로를 지납니다. 그때마다 학교의 지붕은 물론이고 벽 전체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학교의 시설은 어떻습니까.”

“신설학교라서 당연히 최신 시설을 갖췄습니다. 교육청의 담당자가 미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설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자동감지장치의 작동으로 적정 온도와 쾌적한 환경을 항상 유지시켜 줍니다. 운정지구 모든 학교들이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지만, 우리 학교는 거기에 더해 벽 전체에도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이 여름철에도 덥지 않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그 밖에도 화단과 정원의 초목 관리를 위한 스프링클러가 3곳이나 설치되어 있습니다.”

자랑에 끝이 없으니, 말을 자르고 들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나 교사, 학부모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중2란 말을 아십니까. 몇 해 전 유행하던 농담 중에, 북한 김정은도 중2 때문에 쳐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학교 2학년 무렵의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질풍노도의 시절’이 아니겠습니까. 1년 동안 키(뼈)가 한꺼번에 10cm 정도나 자라는데 비해 정신이 그것을 따라잡지 못함으로써, 성장통을 앓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교사도 학부모도 나무라거나 억압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킴으로써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운정(구름우물) 안에 비친 구름과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인 꽃봉오리 모양을 형상화한 운정중학교 교표

[운정(구름우물) 안에 비친 구름과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인 꽃봉오리 모양을 형상화한 운정중학교 교표]

교표와 교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교표는 운정(雲井, 구름우물)을 빌려 우물 안에 비친 구름의 모습과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는 꽃봉오리 모양을 형상화했다는데, 잘된 듯싶습니다. 그런데 교가를 보니, 교장선생님의 문학적 소양이 꽤 높아 보입니다.”

“그리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거기 ‘파주에 빛나는 삼현의 얼굴’이란 구절이 있는데, 15년 전쯤 파주시와 봉사단체의 지원을 받아 청소년들을 인솔하고 2박 3일 동안 윤관, 황희, 율곡 등 파주삼현의 유적을 순례했던 기억이 도움이 됐습니다. 향토애를 심는 데는 그만한 실습이 없을 듯합니다.”

대화는 그쯤에서 접고 학교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4층짜리 똑같은 2개의 건물이 중간 통로 연결로 H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앞쪽은 일반교실이고 뒤쪽은 특별교실입니다. 앞쪽에는 교무실을 비롯한 일반교실이 배치되었고, 뒤쪽은 음악실, 미술실, 컴퓨터 실습실, 체육관, 식당 등이 배치됐습니다. 각 층마다 남녀 탈의실이 있고, 체육관에는 탈의실과 함께 샤워실까지 갖췄습니다. 그 모든 곳의 냉난방과 환기장치 역시 자동제어 시스템입니다.”

음악실

[음악실]

미술실

[미술실]

기술실
기술실 기구

[기술실]

과학실

[과학실]

과학 실험실

[과학 실험실]

식당

[식당]

건물 밖으로 나서면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이젠 학생들을 맞을 준비가 다된 셈인가요.”

“예. 우리 학교는 현재 3학년이 없고, 2학년도 2개 반뿐이라서 ‘생활 속 거리두기’에 필요한 공간이 충분합니다. 학생들을 마주할 생각에 마음이 설렙니다.”

부푼 기대로 활력이 넘치는 이윤영 교장은, 헤어지기 직전에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기 빈 땅에는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텃밭을 가꿀 생각입니다. 농사짓기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건물의 입구마다 주목(朱木)을 심어준 분들의 배려에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주목의 생명력이 교육의 영원성과 맞닿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취재: 강병석 시민기자

□ 운정중학교

○ 주소: 파주시 와석순환로 35-33 (야당동)
홈페이지: http://www.unjeong.ms.kr/wah/main/index.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