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자라는 파주희망농장

올해로 개장 10년째를 맞는 파주희망농장(파주주말농장)이 지난 4월 20일 개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개장 예정일인 3월 27일 보다 4주 정도 늦게 개장된 것이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농작물 경작 시기상 조심스레 문을 열게 되었다. 주말농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장 시 마스크착용 의무화 및 경작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작 5부제란 공적 마스크 5부제처럼 경작지 팻말번호 끝자리 숫자를 기준으로 방문일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당첨! 로또 아니고 주말농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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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역 주변 도심 가운데 위치한 주말농장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흙을 밟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기가 좋아 해마다 신청자들이 늘고 있다. 매년 초 신청 접수를 받아 컴퓨터 추첨 방식으로 분양하고 있으며 올해도 2,500여 개의 구좌에 4,50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경작지 1구좌를 기존 5평에서 3평(9.9㎡)으로 줄여 전체 경작 가능 구좌를 늘렸다고 한다. 1구좌의 8개월 사용료는 1,800원이다. 매년 이사 혹은 질병 같은 이유로 100여 구좌 정도 중도에 경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한다. 파주시 관계자는 향후 실태 조사 후 남는 구좌들을 추가로 분양할 예정이라고 했다.

농장전경
파주희망농장 전경

[파주희망농장 전경]

호박, 옥수수는 피해야 해요!

파주시에서는 농장 운영이 처음인 사람들을 위해 월별 경작 추천 작물과 재배 요령, 솎음과 가지치기, 비료 및 주기 요령 등이 상세히 나와 있는 책자를 배부하고 있다. 또한 파주시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각종 씨앗, 모종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경작인은 원하는 식물을 심을 수 있지만 이웃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작물은 제한된다. 예를 들어 덩굴이 뻗어나가는 호박 같은 작물들과 키가 크게 자라 이웃 밭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옥수수 등이다.

파주시에서 배부하는 파주희망농장 책자

[파주시에서 배부하는 파주희망농장 책자]

판매하는 씨앗들
농장 현장에서 판매 중인 씨앗과 모종들
모종들

[농장 현장에서 판매 중인 씨앗과 모종들]

무엇을 심을지 계획이 있었던 거야

예년보다 농장 개장이 4주 늦어서인지 개장 첫주 주말, 농장에서 여느 때보다 분주하게 경작 중인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말농장 옆 서원마을 아파트에 사는 최기정 어르신(90세)은 “예전에 충청도 강경에 살 때는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아파트에 사니까 흙 밟을 일이 없어. 애들이 날 위해 주말농장을 신청해서 무척 좋지.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을 걸”이라고 말씀하신다. 며느리 송 씨(55세)는 “어머님이 아침, 저녁으로 농장에 출근하시고 퇴직한 남편에게도 소일거리가 생겨서 좋습니다.”라고 했다. 상추, 쑥갓 등은 모종을 심고 겨자채는 씨를 뿌리고 발아를 위해 검은 봉지로 덮어 싹을 틔우고 있다고 한다.

90세 최고령 최기정 어르신

[90세 최고령 최기정 어르신]

다음은 3대가 총출동한 가족을 만나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대가족이 모두 나와 열심히 작물을 심고 있는 ‘땡금이네’다. 리우(새금초 4학년)와 아리 남매는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못가서 심심한데 주말농장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땡금이’는 우리 할머니 별명이에요.”라며 짓궂게 웃는다. 할머니 땡금님은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새금초 리우, 아리 남매

[새금초 리우, 아리 남매]

마지막으로 한 남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동생이 시각 장애인인 오빠(현기석 씨, 60세)를 위해 주말농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동생 현정옥 씨는 “토마토를 좋아해서 토마토, 가지, 상추 등을 심었어요. 수확의 기쁨도 좋지만 공터였던 이곳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했다는 것도 좋아요. 공릉천 변에도 꽃밭을 가꿀 수 있게 분양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활동이 장애인에게 더 없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오빠와 함께 작물을 심고 있는 동생 현정옥 씨

[오빠와 함께 작물을 심고 있는 동생 현정옥 씨]

파주시는 올해 주말농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농장 시설을 개선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농업용수 탱크(5톤)를 추가 설치하고 대여 농기구 300여 개를 확충했으며, 화장실 내부 인테리어 및 휴식용 천막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진흥과의 이송권 씨는 “코로나19로 경작 5부제를 실시하는데 시민분들이 경각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따라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며 “주말농장이 전염병에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기구 대여소

[농기구 대여소]

파주희망농장 편의시설
편의시설

[파주희망농장 편의시설]

취재: 권현숙 시민기자

□ 파주희망농장(파주주말농장)

○ 위치: 파주시 금촌동 1017번지
○ 이용: 매년 초 신청 접수, 3월말~11월 경작
○ 문의: 파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진흥과 031-940-5281, 5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