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가 무섭게 몰아닥친 2020년이다. 꽃피는 봄이 왔음에도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코로나19 통제국이 되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간의 제약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답답한 실내 생활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퍼스트 가든 자동차 극장’이다.

퍼스트가든 자동차극장

자동차 극장 하면 할리우드 영화가 떠오른다. 멋진 남녀 주인공들이 자동차 안에서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하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딱히 익숙한 장소는 아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영화를 보기 위해 가까운 멀티플렉스를 찾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규모 실내 시설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 이런 시점에 타인과 접촉 없이 독립된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자동차 극장은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지루한 일상에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운정신도시 근교 상지석동에 있는 퍼스트 가든 자동차 극장은 작년 하반기에 개장한 따끈따끈한 시설이다. 최신 시설답게 전후방 동시사용 가능한 듀얼 스크린과 2만 안시급 고휘도 디지털영사기, 그리고 5.1 돌비 디지털 사운드를 갖추고 있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는 총 68대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는 총 68대이다. 사실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더 있다. 그러나 스크린 바로 앞쪽 공간은 사용하지 않는다. 너무 가까우면 관람객의 편안한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크린과 가까운 1, 2열은 일반 승용차, 3, 4열 이후는 SUV 같은 차고 높은 차량의 자리이다. 대형 밴은 제일 뒷줄에 배정된다. 차량과 차량이 너무 붙지 않게 적당히 공간을 나눠둔 것도 마음에 든다. 제일 뒤편 영사실 건물에는 매점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관람 차량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음식 냄새 등으로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휴게실
매점

[퍼스트 가든 자동차 극장의 편의시설]

상영은 하루 2회(오후 7시 40분, 오후 10시 10분), 시간마다 다른 영화를 상영한다. 야외 자동차 극장의 특성상 해가 진 후에 상영하므로 퇴근 후 직장인들도 갈 수 있다. 주말에는 해가 지기 전에 바로 옆 퍼스트 가든에서 데이트를 만끽하고, 저녁에 극장으로 이동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참고로 현재 퍼스트 가든에서는 5월 10일까지 봄꽃축제 ‘블루밍가든’을 진행 중이다. 튤립으로 만발한 정원이 아름답다. 올해 12월까지 저녁마다 빛 축제 ‘별빛이 흐르는 정원’을 진행하여 꽃과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튤립
노랑튤립
정원
마차

자동차 극장이 아직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공간은 아니어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헤드라이트를 켜놓아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다고 한다. 영화를 본 후 임시로 차의 헤드라이트를 가려둔 검은 비닐 떼는 걸 깜박해서 그대로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는 차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자동차 극장을 처음 경험하며 만나는 재미일 수 있다.

퍼스트가든 자동차극장에서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 있다

[퍼스트 가든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 있다]

관람 비용은 차 1대당 22,000원(평일, 공휴일 동일)이다. 얼핏 비싸 보일 수도 있지만, 차량 1대분의 요금이니 만약 4인 가족이라면 일반 극장에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형 밴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오는 관람객도 있다 하니, 그 경우는 가정에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보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꽉 막힌 실내에서의 제한된 활동에 답답하고 지쳤다면, 이번 주는 내 차 안에서 세상 편한 자세로 영화 관람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박수림 시민기자

□ 퍼스트 가든 자동차 극장

○ 홈페이지 : http://www.firstgarden.co.kr/
○ 문의 : 031-957-6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