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황금빛으로 춤을 추던 들판의 벼들도 자취를 감췄다. 24절기 중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도 지났다. 그래도 눈부시게 맑고 푸른 하늘과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에 가슴 설레어 나들이를 나서라 유혹한다. 깊어 가는 가을, 노약자와 임산부 등 누구나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바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마을길에 있는 ‘노을숲길’이다.

가을 정취가 느껴지는 산책로

가을 정취가 느껴지는 산책로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숲길

어린아이를 둔 부모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숲길 하면 쉽게 나서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곳은 ‘무장애’란 이름 그대로 불편함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헤이리 무장애 노을숲길은 7번 게이트로 들어가 주차하면 가깝다. 산책로는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 있으며 유모차가 서로 비켜 올라오고 내려갈 수 있게 넓게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올라가는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다정하게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두 분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어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계단 없이 굽이굽이 정상까지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은 힘들지 않을 정도의 완만한 경사로 만들어져 있다. 나무 데크 길 곳곳에 힘들면 쉴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두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동물들을 닮은 듯한 자연 그대로의 나무 감성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나무 의자와 개구쟁이 모습을 한 세 장승이 있다. “여기 세 장승은 사진을 찍어 주라고 포즈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숲길을 산책하던 사람들이 장승을 보고 웃는다. 힘들지 않은 산책로라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눈길을 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느리게 걷는다.

갈가에 있는 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갈가에 있는 익살스런 표정의 장승들

핑크핑크한! 정상

노을숲길 정상에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다. 바로 핑크뮬리다. 오후 햇살을 받아 핑크빛으로 빛나는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인생 샷을 찍으려고 여기저기 예쁜 곳에서 포즈를 취한다. “엄마랑 둘이 산책 왔어요.”라며 부끄럽게 말하는 일곱 살 아이는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서울에서 헤이리에 구경 왔다 올라와 봤다는 연인은 “구두를 신고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정상에서 본 노을도 너무 예쁘다.”며 “산에 핑크뮬리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올라와 보길 잘 했다. 정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여자는 하이힐을 신고 있어 걱정이 되었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멀리 노을에 물든 임진강 물줄기가 아름답다. 노을 지는 모습이 예뻐서 ‘노을숲길’로 이름을 지었나 보다.

노을에 물든 임진강 물줄기와 핑크뮬리

전망대에서 노을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전망대에서 노을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임진강 물줄기와 핑크뮬리

임진강 위로 멋지게 물든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임진강 위로 멋지게 물든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노을숲길의 거리는 1km다. 노을숲길을 둘러보는 데는 산책로를 따라 왕복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유모차, 휠체어 외에 동력 장치가 달린 탈것은 출입 금지다. 지역 주민의 힐링 공간일 뿐만 아니라 타 도시의 사람들도 힐링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맑은 공기에도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불편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과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모습이 이젠 익숙해지고 있다. 또 한 계절이 다가기 전에 마스크를 쓰고라도 걷기 좋은 길에서 가을을 느껴 보면 좋겠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노을숲길에서…….

* 취재: 신정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