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건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연과 벗하며 오감으로 체득하고 이를 통해 창의력을 키워 주는 숲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몰리는 이유다.
파평산 자락 밤곶이에 있는 놀자숲놀이터(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숲놀이터)는 이런 바람을 실천하려는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져 있다.

왜 숲놀이터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열매와 동물들의 밥상 이야기’로 진행된 밤곶이 놀자숲놀이터의 10월 여행에 동행해 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밤곶이 놀자숲놀이터에는 가까운 문산부터 운정, 금촌, 서울 등지에서 유아부터 6학년까지 어린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상상숲반(유아6,7세), 숲탐험대반(초등 저학년), 비밀기지반(초등 고학년)으로 나눠 이달의 주제와 안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각 팀의 계획대로 숲으로 출동했다. “재미있어요.” “체력이 좋아져요.” “신나요.” 아이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숲탐험대반을 따라가 보기로 결정했다.

쓰러진 나무 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노는 아이들

쓰러진 나무 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노는 아이들

숲탐험대반의 토란 선생님은 풍선초, 수박풀, 까마중, 마, 작살나무, 애키니시아 등 열매와 씨앗을 알려 주며 탐험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열매 맛을 보고, 씨앗도 채집하며 진지하게 체험에 임했다. 숲에 대해 문외한인 기자도 마 씨앗을 처음 보았는데, 이를 가지고 이마에 붙이고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신기함에 더해 재미있어졌다.

다양한 열매와 씨앗을 알려 주는 숲탐험대반의 토란 선생님

다양한 열매와 씨앗을 알려 주는 숲탐험대반의 토란 선생님

“개구리다!”
“이건 옴개구리야. 독이 있으니 만지면 안 돼요.”
한 아이의 외침에 다시 모여든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설명했다.
“저 만졌는데 어떡해요?”
“장갑 끼고 있으니까 괜찮아.”
선생님의 설명에도 아이가 찜찜해 하자 선생님은 “우리 손 씻고 올까?” 하며 다시 내려가 손을 씻고 돌아왔다.
아이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숲속 탐험을 시작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이 체험을 통해 많은 배움과 느낌이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좀 더 올라가니 밧줄이 거미줄 모양으로 쳐져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거미들인 양 밧줄을 타고 놀기 시작했다. 조금 놀던 아이들은 이번엔 길가에 길게 쓰러져 있는 나무 위에 올라 가위바위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비밀 기지를 지나 밧줄 다리를 건너 좀 더 올라가니 수동 짚라인이 있었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줄을 서고 배운 규칙대로 짚라인을 타며 즐거워했다. 이 산속에 짚 라인이 있다니 너무도 놀라운 놀이터였다.

거미줄 모양의 밧줄에 매달려 노는 아이들

거미줄 모양의 밧줄에 매달려 노는 아이들

수동 짚라인을 타는 아이들

수동 짚라인을 타는 아이들

한참 놀던 아이들은 다시 숲 체험을 하며 고라니 똥을 찾아 한참 얘기를 나누고, 외나무다리를 건너 주운 열매들을 가지고 교실로 돌아왔다.
손지훈(새금초 2) 군은 “한 달에 한 번 여기 오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안개(여기 사는 큰 강아지)와 노는 것도 좋고, 숲속을 체험하는 게 제일 좋아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송해인(새금초 2) 양은 “열매들 모양과 색깔이 다 달라서 신기해요. 고라니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똥을 보면서 금방 다녀갔다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그것도 신기해요”라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발견한 고라니 똥

아이들이 발견한 고라니 똥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숲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각자 준비해 온 밥과 반찬 그리고 숲 열매(도토리)로 만든 간식(도토리전과 도토리묵)으로 점심을 먹고 오전에 숲에서 가져온 열매들, 나뭇잎들, 씨앗들로 다시 숲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이것들을 활용해 놀이와 미술을 넉넉히 즐기고 난 후에야 숲놀이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마쳤다. 온종일 실컷 놀았다.

채취한 열매와 나뭇잎, 씨앗 들로 숲을 배우는 아이들

채취한 열매와 나뭇잎, 씨앗 들로 숲을 배우는 아이들

자신이 주운 것들을 자랑스럽게 보여 주는 아이

자신이 주운 것들을 자랑스럽게 보여 주는 아이

밤곶이 놀자숲놀이터를 만든 엄지선 대표는 “과학 교육을 전공했는데 자연스럽게 자연의 품에서 뛰어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숲놀이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제대로 놀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어요. 시간제한을 두거나 재촉하지 않고 여유롭게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해 주자는 것이 제 모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심학산에서 숲 프로그램을 시작한 엄지선 대표는 2014년 파평산 밤곶이로 둥지를 옮기면서 2015년부터 ‘밤곶이 놀자숲놀이터’를 진행해 오고 있다.
놀자숲놀이터 프로그램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3월부터 12월까지 10회기로 이루어진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동안 숲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뛰놀며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도구 사용법, 계절 음식 만들기, 성취감, 자립심, 사회성, 상상력, 신체적 면역력까지 증강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단순한 자연물을 갖고도 온갖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놀이를 만든다. 흙을 만지고, 들꽃을 알아 가고, 나무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숲이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자연 공간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파주시는 유아들이 숲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하고, 자연을 배울 수 있도록 율곡수목원 유아숲체험원과 탄현 유아숲체험원(통일동산 고산원공원 내), 금촌 유아숲체험원(쇠재공원 내)을 운영하고 있다.

밤곶이 놀자숲 약도

밤곶이 놀자숲 약도

* 밤곶이 놀자숲놀이터
- 위치 : 파주시 파평산로 389번길 42-34
- 연락처 : 엄지선(010-8464-3405)

취재 : 김화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