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역

코로나19 상황에서 조용히, 그러나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지난 3월 28일, 임진강역이 개통됐다. 광역 전철 경의중앙선이 문산역에서 임진강역까지 연장된 것이다. 이 역의 개통으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가을에 열리는 파주의 대표적 축제인 파주장단콩축제와 파주개성인삼축제를 전철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또 임진각에서 4월말 정식 개장하는 ‘임진각 평화 곤돌라’를 타면 임진강을 건너 민간인통제구역까지 들어갈 수 있다. 이로써 자차가 없는 뚜벅이들도 DMZ 관광을 이전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4월말 개장하는 임진각 평화 곤돌라/사진 파주시 제공

[4월말 개장하는 임진각 평화 곤돌라/사진 파주시 제공]

임진강을 건너는 평화 곤돌라/사진 파주시 제공

[임진강을 건너는 평화 곤돌라/사진 파주시 제공]

전국에서 파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서울역에서 임진강역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문화역서울 284

[문화역서울 284]

서울역 경의중앙선 타는 곳 입구

[서울역 경의중앙선 타는 곳 입구]

서울역에서 경의중앙선 타는 곳은 현재의 서울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위치한, 옛 서울역인 ‘문화역서울 284’의 오른쪽에 있다. ‘284’라는 숫자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사적 번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1호선 전철은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어진다. 경의중앙선으로 서울역에서 임진강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문산행 열차를 탄다.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는 약 1시간 소요된다.

문산역 도착 후 3,4번 홈으로 이동하여 임진강역까지 가는 4량 셔틀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문산역에서 임진강역 방면 열차는 평일은 2회(오전 10시 20분, 오후 5시), 주말과 공휴일은 4회(오전 9시 35분, 오전 10시 35분, 오후 3시 45분, 오후 4시 50분)가 있다. 문산역에서 임진강역까지 소요 시간은 9분이다. 각 열차가 15분 정도 임진강역에 머물다 문산역으로 되돌아온다.

문산역-임진강역 간 셔틀 열차 시간표

[문산역-임진강역 간 셔틀 열차 시간표]

문산역 3,4번 홈에서 임진강역행 열차를 탈 수 있다

[문산역 3,4번 홈에서 임진강역행 열차를 탈 수 있다]

문산역
문산역과 임진강역을 오가는 4량 셔틀 열차

[문산역과 임진강역을 오가는 4량 셔틀 열차]

임진강역에서 임진각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니 오전에 임진강역에 도착 후 임진각 일대를 둘러보면 된다. 근처 평화누리길 8코스(반구정길)를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오후에 임진강역을 출발하는 문산역 방면 열차를 타고 돌아가면 되는데, 혹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중간에 문산역에서 내려 역 근처에 있는 ‘문산자유시장’을 구경하거나 문산 시내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한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사진 파주시 제공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사진 파주시 제공]

평화누리길 8코스

[평화누리길 8코스 지도]

문산역외곽
문산자유시장

기자는 4월 초, 평일 오후 5시에 문산역을 출발하는 임진강역행 열차를 탔다. 승차를 돕는 역무원은 “개통 이후 평일에는 하루 두 번 다니는 열차에 승객이 약 30여 명 정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길 바래본다. 일산에서 온 승객 정무섭 씨는 “임진강역이 개통됐다는 뉴스를 듣고 병점에 사는 친척 어르신을 모시고 같이 왔다. 코로나19가 아니면 교육을 생각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월롱에서 아내, 손주들과 같이 온 승객 박종철 씨는 “손주들에게 분단국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데리고 왔다.”고 했다.

임진강역행 열차를 탄 승객들

[임진강역행 열차를 탄 승객들]

임진강역으로 향하는 열차 창밖으로 노란 개나리, 벚꽃, 연초록의 풀, 짙푸른 밭 등이 보이고 국도 1호 통일로도 손에 잡힐 듯하다. 문산역과 임진강역 중간에는 인근 운천리 주민들을 위해 지어진 간이역 ‘운천역’이 있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던 최후의 임시승강장으로 제대로 된 역사도 매표소도 없이 선로, 승강장 같은 기본적인 시설들만 있었는데 파주시에서 나서서 지난 3월 10일 국토교통부가 운천역 건립을 전격 승인했다. 이에 따라 운천역은 2021년 말 개통을 목표로 역사를 건립될 예정이다. 운천역이 개통되면 파주 북부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

운천역/사진 파주시 제공

[운천역/사진 파주시 제공]

어느새 임진강역에 도착해보니 승강장에는 중립국감독위원회가 본 1950년대 한국 ‘DMZ KOREA 展’이 열리고 있었다. ‘평양’이라 쓰인 안내판도 보인다. 가슴이 뛴다. 평양까지 가는 철로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지’라는 글자가 철로 위를 가로막고 있다. 임진강역 광장에는 왠지 외롭게 보이는 시비도 서 있다.

임진강역 도착
임진강역 선로에 있는 정지 표지판

[임진강역 선로에 있는 정지 표지판]

임진강역 광장의 시비

[임진강역 광장의 시비]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 박봉우의 ‘휴전선’ 일부

시인의 통곡의 언어가 바람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내년에 임진강역에서 임진강 넘어 도라산역까지 전철이 개통될 예정이라 한다. 열차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평양까지 이어져 북녘 땅을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하얼빈,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도 열차로 갈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길 바란다.

취재: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