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제를 지내는 도심 속 은행나무

파주시에는 보호할 가치가 있어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쉰세 그루가 있다. 그 가운데 열 그루는 이미 소개했다. 보호수 1호, 27호 42호 은행나무와 22호, 24호, 26호 38호, 40호 느티나무, 23호, 41호 향나무가 그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은행나무(경기-파주-2)는 시내에 당당히 서서 여름이면 무더위 쉼터로 이용되고 있는 보호수이다. 찬 이슬이 내리기 전, 가을걷이를 해야 할 농촌에서는 ‘고양이 손도 아쉽다’는 한로가 지나고 은행나무를 만나러 갔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하면서 수령을 약 400년으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수령이 대략 440년 정도이다. 당시 나무 높이는 20m, 나무 둘레는 3.5m였으니, 아이들처럼 키도 크고 몸 둘레도 더 넓어졌으리라.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를 한 아이가 바라보고 있다.

보호수 근처에서 4대째 사시는 어르신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은행나무에 올라가 놀았던 일이며, 하루는 어느 친구가 보호수 안 구멍에 불을 지피는 바람에 은행나무에 불이 붙어 소방차가 왔던 일 등이 엊그제 같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며 추억에 젖는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은행을 주워 팔아서 마을회관 운영에 보태기도 했는데, 지금은 부지런한 사람 몫이 됐단다. 흥미로운 것은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의 안녕을 비는 당산제를 지낸다는 것이었다.

지구상에 은행나무가 나타난 것은 공룡들이 살던 쥐라기 시대로 본다. 신생대 에오세 시대에 번성했던 식물로 2억 7천만 년 전의 화석으로 발견된다. 그 역사가 오래되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빙하기를 거치며 유럽이나 북미 대륙에서는 거의 멸종되었으나,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지에서 주로 자란다.

은행나무는 극단적으로 춥거나 덥지 않으면 살아남는 식물이다. 오래된 고목 밑동에서 이파리가 난 경우를 봤을 것이다.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다. 은행나무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 내길 바라본다.

당산제로 숱한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을 담고, 도심 속에 의연히 서서 지난 세월을 보내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며 노란 옷을 입을 은행나무를 만나러 가 보자.

*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