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들이 생각하는 파주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그동안 파주 출판단지, 헤이리 예술마을, 프로방스 마을 등이 꼽혔었다. 먹을거리로는 파주에서 생산되는 특산물(파주 참게, 임진강 황복, 장단콩, 인삼 등)을 이용한 음식과 가공식품들이 그 특유성 덕분에 주목받아 왔다. 파주의 이러한 랜드마크와 명물을 활용한 덕분에 문발동 요식업체들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하나인 공장형 카페테리아 ‘더티트렁크(Dirty Trunk)’가  ‘2020 K-Design Award’에서 그랜드 프라이즈상을 수상했다. 기자가  해당 업체를 찾아 궁금한 점들을 알아봤다.

더티트렁크 전경

더티트렁크 전경

더티트렁크가 수상한 K-DESIGN AWARD 상장

더티트렁크가 수상한 K-DESIGN AWARD 상장

2020 K-Design Award는 어떤 대회인지?

“아시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입니다. 홍콩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DFA(Design for Asia Awards)’ 와 대만의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Golden Pin Design Award)’,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주관하는 ‘K-Design Award’를 디자인 관련 분야의 아시아 3대 상으로 꼽습니다. 이 대회는 산업 디자인 관련 전 분야를 크게 산업/공간/소통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심사합니다. 공간 배치를 포함한 조형 아이디어 외에 제품과 서비스(광고 포함)의 창의성과 잠재력에도 가치를 부여하고,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실질적 디자인을 선정합니다. 현 시장에서의 실체적 가치, 살아 있는 효용성을 높게 평가하는 대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는 창의성 부분에서 크게 가점을 받아 수상했습니다.”

해당 어워드에 어떻게 응모하게 됐는지?

“더티트렁크는 파주 시민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의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공간입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음식 문화 공간으로서 더티트렁크의 진정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출품했습니다. 이번 ‘K-Design Award’에는 25개국에서 2,199개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더티트렁크는 최상위 등급으로 약 1%에 해당하는 작품에 주는 그랜드 프라이즈상을 받았습니다. 최상위 등급 아래 등급으로는 금상이 있는데, 참가 팀 가운데 약 3%에게 수여됩니다.”

수상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무척 기뻤습니다. 그와 동시에 파주가 지닌 문화적 인프라 덕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파주의 문화 공간을 방문하는 길에 우리 매장을 들르는 경우가 많고, 지역 사회에서도 힘을 합하여 카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파주 시민들께서 함께 기뻐해 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도 파주가 문화 선도지역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8월 5일에는 파주시와 취약 계층 아동의 진로 탐색과 정서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파주시의 드림 스타트 및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키로 약속했습니다.”

단시간에 명소로 떠오른 더티트렁크의 비결이 있다면?

“더티트렁크의 공간에는 숨은 매력들이 아주 많은데요. 머무르면서 잘 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매력이라고 할까요. 이 부분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인 ‘올인원 카페테리아’ 즉, 한곳에서 식음료와 주류 모두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다채로운 각도에서 살펴본 뒤, 각자의 선호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즐기는 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공간에 녹여 냈고요. 그런 더티트렁크만이 지닌 유일하고도 독특한 가치를 알아봐 주신 덕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여러 제약이 많은데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고객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시정에 협조하고 방역 지침을 적극적으로 준수하고자 합니다. 좌석 배치도 지그재그로 했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손 소독과 QR코드 관리 등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말 휴일이지만 업장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나서서 파주 지역 코로나 퇴치에 고생하고 계신 의료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물품 전달도 하고, 배식 지원에도 참여했습니다.”

지그재그로 앉도록 안내판을 부착한 테이블

지그재그로 앉도록 안내판을 부착한 테이블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간식 지원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간식 지원

더티트렁크는 이른바 창고형 건물을 영업장으로 쓰고 있다. 외형으로만 보자면 딱 공장 같다. 그래서인지 입구엔 커피 공장(Coffee factory)이라는 영문 표기도 쓰여 있다. 하지만 내부는 전혀 딴판이다. 1~2층의 구획을 없애 층고가 높고, 내부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보통 업소에서는 공간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2층에도 빼곡하게 자리 배치를 하기 마련인데, 과감하게 면적의 10% 정도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빈 공간으로 둔 덕분이다.

높은 층고 덕분에 공간감이 넓게 느껴진다.

높은 층고 덕분에 공간감이 넓게 느껴진다.

계단에 비치한 테이블이 이색적이다.

계단에 비치한 테이블이 이색적이다.

더티트렁크의 내부는 넓고 시원하며, 공간 배치가 과감하면서도 섬세하고 특이하다. 총 700여 석의 좌석이 마련돼 있는데, 응접실 소파형이 있는가 하면, 단체 회식형, 한 줄 배치형도 있고, 2인 전용석도 적지 않다. 1~2층 계단의 2/3쯤을 갈라 그곳에도 2인 전용으로 작은 탁자를 놓을 정도로 공간 활용이 이색적이다.

2층에서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발코니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소파식의 부드러움과 철제 탁자의 강인함, 소형 목제 탁자의 우아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이국적인 맥주 바도 있는데, 맥주 중에는 파주 지역의 유명 수제 맥주 생산자에게 부탁하여 자신들의 로고를 부착한 OEM 제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있다.

취재를 하던 중 때마침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사러 왔다는 중년 가장을 만났다. 그는 특이해서 신선한 느낌이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제 좁은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외래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젊은이들 위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시다시피 입구의 표지판에서부터 영어만 크게 눈에 띄고 한글은 숨어 있잖습니까. 메뉴판에 적힌 내용을 보고 무슨 요리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중년들은 손에 꼽을 듯해요. 저야 오늘 쉬는 날이라 시간도 있고 해서 코로나19 때문에 ‘집콕’을 하고 있는 딸과 아내를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브런치를 사러 왔지만, 저 같은 중년 남자나 어르신들이라면 방문을 망설이게 될 듯합니다. 더구나 메뉴 전체가 빵을 주제로 한 서양식인 탓도 있고요…….”

더티트렁크 메뉴판

더티트렁크 메뉴판

빵이 진열돼 있는 모습

빵이 진열돼 있는 모습

그가 가리킨 메뉴판 하나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홈메이드 케이준 스파이시 소스와 육질 좋은 그릴 소시지, 탱탱한 새우, 홍합, 알감자를 버무려 낸 믹스 플레터. 매콤새콤한 토마토 베이스와 크리스피 크럼블이 올라가 맥주와 함께 먹어야 되는 더티트렁크 시그니처 HOT 메뉴.’

그걸 알아듣기 쉽게 풀어 적자면 이쯤 될 듯하다.
‘직접 만든 매운 소스와 육질 좋은 구운 소시지, 탱탱한 새우, 홍합, 알감자를 뒤섞은 요리. 매콤새콤한 토마토즙을 곁들이고 바삭바삭한 가루를 뿌려 맥주와 함께 먹어야 되는 더티트렁크의 대표적 인기 메뉴.’

문제는 중년층만 돼도 이렇게 제대로 알아들을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그나마 그가 메뉴판 앞에서 전혀 고생하지 않은 것은 집을 나올 때 딸내미가 사 올 것을 미리 지정한 덕분이었다며 씩 웃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탠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도 이런 특이한 업소들이 계속 생기는 건 여러모로 좋은 것 같기는 해요.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많이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참신해서요. 이름 하나만 봐도 이곳은 ‘커피 공장’이고 저쪽에 좀 떨어져 있는 창고형 건물은 또 ‘식빵연구소’라고 돼 있거든요. 뭔가 새로운 것들이 우리 생활 문화의 한 켜로 쌓여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새롭고 참신한 도전이 우리의 문화 속으로 스며드는 것, 특히 파주 지역에 집중적으로 번지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또 하나의 파주 명물이 만들어지는 거겠죠.”

취재: 최종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