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다소 생소한 장르다. 힐끗 보고 지나가면 마치 만화책 같은 느낌도 든다. ‘에이, 만화로 무슨 전시를?’ 이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스웨덴 출신으로 미국의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아트 슈피겔만’은 자신의 아버지인 블라덱 슈피겔만의 젊은 시절 경험담을 소재로 나치의 만행을 다룬 그래픽노블 《쥐》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또한 ‘씬시티’, ‘300’ 등 굵직한 할리우드 영화 들의 원작이 모두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노블이다. 흥미 위주의 가벼운 주제보다는 다소 진중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도 그래픽노블이 만화와는 다른 점이다. 오늘 소개할 전시 또한 예술가의 삶을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 그래픽노블 작품들이다.

전시회장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

전시회장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

출판사를 겸하고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다소 생소한 그래픽노블 장르를 꾸준히 발간 중이다. 아직 태동기인 한국 그래픽노블 시장에 단비 같은 존재라 하겠다. 본 전시는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발간했던 다섯 편의 아티스트 시리즈 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 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1층은 두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하고 2, 3층은 기존 소장 작품들을 중심으로 공간과 빛을 곁들였다.

아기자기함으로 만나는 반 고흐

처음 만나는 작품은 반 고흐 편이다. ‘고흐의 가장 빛나던 시기로 떠난다’는 문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작품들은 상당히 밝다. 원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마치 동화책 같은 느낌도 든다. 우리가 기억하는 고흐는 불우한 말년을 보냈던 천재 화가 쪽인데 말이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형상화한 작품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형상화한 작품

고흐는 밀밭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고흐는 밀밭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반 고흐의 작가 ‘바바라 스톡(Barbara Stok)’은 네덜란드 출신이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라서일까? 그녀는 반 고흐를 주제로 한 작품을 두 권이나 발표했다. 작품의 질을 위해 오랜 시간 고흐의 삶을 철저히 조사했다. 장기간의 자료 조사 끝에 그녀는 고흐의 작가로서의 3년여의 시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의 빛나고 아름다웠던 시기를 자신만의 화풍으로 그려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반 고흐의 이야기는 깜찍할 정도다. 고흐의 명화들을 기반으로 그의 삶을 되짚어가는 이야기들은 그늘이 없다. 심지어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작품 활동의 동반자였던 고갱이 떠난 후 좌절과 정신 이상이 고흐를 지배하던 시기조차 밝은 색감으로 그려진다. 우리 눈에는 가진 것 없고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해 비참한 삶을 살았던 시기로 비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흐의 입장에서는 그 시기 작가로서의 삶이 결코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고 바바라 스톡은 알려 준다.

고흐의 작품 활동을 묘사한 그래픽노블

고흐의 작품 활동을 묘사한 그래픽노블

죽음과 삶 그리고 사랑, 프리다 칼로

고흐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지나면 20세기 가장 핫(HOT)했던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에 입성한 중남미 출신 여성 작가, 알파걸, 중남미 페미니스트의 상징. 그녀를 수식하는 말들은 너무도 많다.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와 더불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거장이지만, 굴곡진 인생사 또한 그녀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소아마비, 교통사고, 남편의 외도 등 그 강렬한 인생 역정은 그녀의 예술혼을 더욱 불타게 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

프리다 칼로의 작품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

이탈리아 출신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반나 빈치(Vanna Vinci)’의 ‘프리다 칼로’는 삶에 짙게 드리워진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그녀의 동반자로 묘사한다. 마치 멕시코 축제인 ‘죽은 자의 날’을 연상케 하는 백골의 존재가 프리다 칼로를 늘 따라다닌다. 반나 빈치가 선으로 정교하게 그려 낸 프리다 칼로의 삶에는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들에 대한 오마주도 녹아 있다. 마치 초현실주의 작품같이 기괴한 부분이나 다소 음침한 부분도 있는 만큼 어린이를 위한 작품은 아니다.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그녀의 삶만큼, 전시도 핑크빛 화사함 속에 백골, 해부된 인체 등 충격적인 컷들이 나열된다. 사랑과 삶, 죽음이 한데 엉켜 이뤄진 프리다 칼로의 인생에 딱 어울리는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전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만, 1939년 뉴욕 스튜디오에서 찍었던 유명한 스틸 샷을 재현할 수 있는 포토 존도 마련되어 있다. 그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관람객이라면 재미있는 사진을 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소재로 한 작품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소재로 한 작품

프리다 칼로가 남긴 명언

프리다 칼로가 남긴 명언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

2, 3층으로 이동하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자체가 건축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포르투갈 출신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인 만큼, 건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렵기만 한 현대 미술이 아닌 젊은 작가들의 재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여서 특히 좋았다. 해학 속에 주제를 숨겨 둔 작품들도 보인다. 우리가 잘 모르고 흘려보내는 소소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도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전경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전경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입장 전에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은 필수이고 방문 기록도 남겨야 한다. 전시 해설(Docent)은 매주 수, 금, 토 11:30, 12:30, 14:00, 15:30이며, 일요일은 11:30, 12:30 2회 진행한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입장 인원이 제한될 수도 있으니 방문 전에 연락해 보는 것이 좋다.

- 전시명 : BOOK+IMAGE- 예술가의 삶 반 고흐 / 프리다 칼로
- 전시기간 : 2020년 8월 26일 ~ 10월 4일
- 관람료 : 성인(만 19세 이상) 5,000원,
                  학생(8-18세), 단체(20인 이상),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 4,000원
                   미취학 아동(3~7세)은 보호자 동반 시 무료 입장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위치 : 파주시 문발로 253(문발동 499-3), 파주출판도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관람시간 : Am10:00~Pm7:00 / 월, 화요일 휴관
- 웹사이트 : www.mimesisartmuseum.co.kr / www.instagram.com/mimesis_art_museum
- 연락처 : 031-955-4100

취재 : 박수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