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에는 보호수가 쉰세 그루 있다. 그 가운데 여덟 그루는 이미 소개했다. 파주시 보호수 1호 금촌동 은행나무, 42호 당하동 은행나무, 화석정 22호 느티나무와 23호 향나무, 율곡 2리 24호 느티나무, 파주향교 38호와 40호 느티나무, 41호 향나무가 그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느티나무(경기-파주-26)는 파주시에 있는 보호수 가운데 수령이 가장 오래된 나무이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할 때 수령을 약 600년으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수령이 대략 640년에 조금 못 미친다. 당시 나무 높이는 13m, 나무 둘레는 5.4m였다.

느티나무에 얽힌 사연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마을 어르신

느티나무에 얽힌 사연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마을 어르신

날씨가 선선해져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에 법원읍 삼방리를 찾았다. 파주시에서 양주시로 이어지는 새로 난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서자, 동네 어르신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길래 "혹시 보호수를 아시는지"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잘 알다마다요. 지금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지만, 내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요. 마침 나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니 같이 가시지요.”

삼방리 마을 입구 삼거리 중앙에 세월의 무게만큼 신령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나무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파주시 지정 보호수 26호 느티나무다.

이 보호수는 오래된 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셋째 아들인 익안대군 이방의의 부인 정경옹주 철원 최씨의 묘를 만들 때, 이를 기리고 지표로 삼기 위해 심은 나무라고 해요. 정경옹주가 세상을 뜨자 익안대군과 합장하려고 길을 가는데, 상여꾼들의 발이 이곳에서 떨어지지 않아 정경옹주가 여기에 잠들고 싶어 한다고 여겼다 하더군요.”

마을 입구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은 자전거를 세워 두고 안내판에 적혀 있는 내용과 지난해 태풍으로 가지 일부가 부러진 사연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남아 있어 준 게 고맙지요. 예전에는 나뭇가지가 무척 많고 잎이 무성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태풍으로 가지 일부가 부러졌어요.”

보호수 옆에는 100세까지 살다 간 장수 황씨 기념비와 파주시에서 더위를 피하도록 만들어 놓은 평상도 놓여 있다. 나무 밑동에는 마치 두 눈이 달려 있는 듯하고 위로는 굵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듯하다. 나무 곳곳에 세월의 훈장인 양 상처를 싸맨 흔적도 보인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느티나무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느티나무

장수 황씨 기념비

장수 황씨 기념비

느티나무에서 멀리 보호수 27호 은행나무도 어렴풋이 보인다. 발길을 그곳으로 옮겼다. 보호수 27호 은행나무는 이 마을에 자리 잡은 노씨 가문에서 자손이 번성하길 기원하며 심은 나무라고 한다. 조상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지 염원대로 자손이 번성했다고 한다. 보호수 27호 은행나무는 보호수로 지정할 당시 수령이 100년이었으니, 지금은 140년이 조금 못 되었다. 나무 높이는 12m, 나무 둘레는 1.2m이다.

느티나무에서 바라본 은행나무

느티나무 전경

느티나무는 조선 초기부터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일, 마을에서 있었던 일, 나무 그늘에서 쉬다 간 숱한 사람들의 사연 들을 묵묵히 듣고 지켜보았으리라! 오늘도 나무는 기나긴 세월 동안 비바람을 이겨내며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나무에게 또 한 번 배운다.

□ 보호수 찾아가는 길
○ 느티나무: 법원읍 삼방리 산21
○ 은행나무: 법원읍 삼방리 221

취재: 최순자 시민기자